대형마트 새벽배송법, 2월 발의 후 심사 ‘0’
“연내 가능할지 미지수” 계류 장기화 조짐
5년간 마트3사 年4.4%↓…온라인은 날개
홈플러스 매각 재시도 악조건으로 작용할듯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홈플러스의 운명을 놓고 대형마트 규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4년에 걸쳐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침식시킨 규제가 새 인수자를 찾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에서다. 정부는 올해 초 대형마트 새벽배송의 빗장을 풀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논의는 수개월째 공회전 중이다.
18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총 5개다. 이 가운데 정부 논의를 촉발했던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지난 5월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다. 소위 회부 이후 4개월이 흘렀지만, 심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소상공인 단체의 반대가 강해 연내 심사가 가능할지, 심사하더라도 처리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을 예외로 두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영업이 제한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 지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이커머스 업체의 배만 불리는 역효과를 냈다는 판단에서 지난 2월 초 발의됐다. 당정청은 법안 발의를 앞두고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규제 완화에 합의했다. 야당에서 발의된 개정안도 월 2회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여야 합의가 순조로울 것이란 관측과 달리, 소상공인 단체가 반발하며 제동이 걸렸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빈번하게 거론됐다. 대주주의 경영에서 발생한 문제와 별개로 산업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태별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매출은 2020~2025년 연평균 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11개 주요 사업자가 연평균 12.8%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대형마트는 2월을 제외하고 매월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규제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사업부 매각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매력을 떨어트리는 악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부채를 갚으려면 1년 365일 내내 영업을 해도 부족하다”며 “산업의 미래까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나서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밑에서 소상공인 단체와 대형마트 등 이해관계자 여론을 수렴하고 있지만,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주요 대형마트는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강서구에 문을 연 롯데마트의 제타스마트센터가 대표적이다. 현행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자체 물류센터를 통한 배송에 나섰다. 부지 확보와 건축에 들어간 금액만 약 2000억원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센터 가동 이후 8월 한 달간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 이마트도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별도 물류센터를 통해 수도권 및 일부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온라인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50.7%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은 34.2%, ‘상관없다’는 15.1%로 각각 집계됐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켰고,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아닌 전통시장·골목상권의 강점을 키울 수 있는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