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축제, 규모보다 정체성·지속가능성 따져야”
유사·중복 행사 정비…성과평가, 다음 연도 예산과 연계
기초예술인·창작자 중심으로 K-콘텐츠 성장 기반 강화
지역 관광 분산, 생애주기별 생활체육 지원 확대 제안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축제를 몇 차례 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만으로 사업의 성과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지역, 시민, 예술인에게 어떤 가치가 남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최원선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국민의힘, 비례대표)은 1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서울의 문화·관광·체육정책을 ‘개최 실적’이 아닌 ‘현장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각각 축제와 문화행사를 확대하면서 비슷한 주제와 프로그램이 여러 지역에서 되풀이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사업 수를 기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행사마다 고유한 색깔을 갖추게 하고, 서울을 상징하거나 지역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에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유사한 행사가 관행적으로 반복되면 개별 축제가 시민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며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은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돕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행사는 과감히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행사 이후의 변화를 다음 예산에 반영
최 부위원장이 제시한 축제정책의 출발점은 평가 기준의 전환이다. 관람객 규모와 예산 소진 여부를 중심으로 작성하던 성과표에 시민 반응과 재방문 의사, 인근 상권의 변화, 예술인의 소득·활동 기회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가 행정 절차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예산 편성과 연동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봤다. 좋은 평가를 받은 행사는 다음 해에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되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다른 행사와 내용이 겹치면 통합·축소·개편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 현장에 참여한 예술인에게 새로운 무대나 후속 활동이 제공됐는지, 행사 기간 유입된 방문객이 주변 상점과 지역 문화공간으로 이동했는지도 살펴볼 항목으로 제시했다. 단기간의 관람 인원을 부풀리는 방식보다 지역사회와 지속해서 관계를 맺는 행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관점에서 공공체육시설은 건립 건수보다 실제 이용률과 접근 편의성, 사후관리 상태를 중심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광 분야에서도 입국자나 방문자 규모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머문 시간과 소비 범위, 지역경제로 이어진 효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학을 전공한 최 부위원장은 문화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콘텐츠를 연구했으며 지방자치단체 관광정책 관련 연구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이러한 경험을 활용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조례와 사업, 재정 투입 구조가 달라진 사회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K-콘텐츠 열풍 뒷받침할 창작 기반 강화
K-콘텐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서울의 장기적인 문화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이벤트의 가시적인 홍보 효과에 의존하기보다 기초예술인과 창작자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부위원장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한국 문화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의 관심이 높을 때일수록 콘텐츠 생산 현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창작자가 안정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야 K-콘텐츠의 영향력도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 대상 문화정책은 관람 비용 지원과 예술인 지원을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에게는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공연장과 전시장에는 새로운 관객을 유입해 창작 현장의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역사·문화 자산을 시민이 먼저 발견하고 향유할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주목받은 뒤 국내에서 가치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권 안의 문화유산과 지역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관광객이 일부 명소에만 머무르는 구조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했다. 명동과 강남에 집중된 방문 수요를 자치구별 역사·문화·생활 자원으로 확장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가 다양한 지역으로 퍼지게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의료관광은 서울이 가진 의료기술과 문화자원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의료·미용·성형뿐 아니라 한의학을 숙박, 쇼핑, 문화체험과 결합하면 치료 목적의 방문을 장기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의 의료·쇼핑 기반과 강북권의 역사·문화 명소를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중국과 일본을 넘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방한 시장이 넓어지는 만큼 국가·언어권별 수요를 반영한 안내표지와 디지털 정보 제공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동네에서 누리는 연령별 맞춤형 체육
체육정책에서는 거주지에 따라 달라지는 시설 접근성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체육시설이 많은 지역과 공공 인프라에 의존하는 지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지원하지 말고, 주민이 가까운 거리에서 운동하기 어려운 생활권을 우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시설을 건립하는 정책과 함께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한강 인접 지역처럼 체육공간을 이용하기 쉬운 곳이 있는 반면 도보 생활권 안에 마땅한 시설이 없는 지역도 있어 이용 수요와 접근성을 반영한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에 맞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것도 관심 분야다. 파크골프 등 특정 종목에 수요가 몰리는 데 대응하는 동시에 노인의 근력과 관절 상태, 운동 경험에 적합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어린이와 청년, 중장년, 노인에게 같은 운동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신체 조건과 생애 단계에 맞춘 프로그램은 시민의 건강한 일상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민 체육과 전문선수 육성도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속에서 여러 종목을 경험할 기회가 늘어야 유소년 인재 발굴의 폭이 넓어지고 전문체육의 기반도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참여 기회가 연령이나 지역,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조례도 보완할 계획이다.
최 부위원장은 상임위원회 안에서 여야의 의견을 조율하는 부위원장의 책임도 강조했다. 연구 활동을 통해 축적한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정치적 대립보다는 정책 성과를 중심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정활동은 정책을 공부하는 단계에서 끝나면 안 된다”며 “예산과 제도를 현장의 변화로 연결해 시민이 일상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