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학교에서 열린 AI 메모리 생산기지 기공식에서 마이크 브런(왼쪽) 인디애나 주지사 등 참석자들과 착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8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학교에서 열린 AI 메모리 생산기지 기공식에서 마이크 브런(왼쪽) 인디애나 주지사 등 참석자들과 착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금리 인상 공포가 국내 증시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급까지 흔들고 있다. 통상 한 투자 주체가 대규모로 주식을 팔면 다른 주체가 이를 받아 가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개인과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나란히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기관마저 순매도에 가세하면서 개인·외국인·기관 등 증시 3대 수급 주체가 모두 주식을 내다 파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약 11조5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도 종목 가운데 1위다. 삼성전자 역시 약 7조9000억원 순매도해 뒤를 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는 약 8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약 4조4000억원 순매도해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 우선주가 약 1조4000억원 순매도로 2위에 올랐고, 삼성전자 역시 약 5000억원 순매도해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는 기관마저 약 2조500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에 이어 기관까지 SK하이닉스를 각 투자 주체별 순매도 1위 종목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의 3대 투자 주체 모두가 가장 많이 판 종목이 SK하이닉스였던 셈이다.

SK하이닉스 [사진 연합]
SK하이닉스 [사진 연합]

이처럼 이례적인 동반 매도세의 배경으로는 최근 다시 불거진 ‘고금리 공포’가 우선 꼽힌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뛰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도 증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연 5%선에 바짝 다가서며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우선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진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향후 AI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종목일수록 금리가 오를 때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커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주식을 계속 들고 갈 유인이 약해진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안팎까지 오르면 가격 변동 위험이 큰 주식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만 보유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자가 주식에 요구하는 기대수익률도 함께 높아지고,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강해지는 구조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글로벌 자금 배분 문제까지 겹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와 미 국채 등 미국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반대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에 배분할 유인은 낮아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당장 크게 악화하지 않더라도 미국 금리 상승만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 자체의 상승 탄력이 둔화한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하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거래를 크게 늘렸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도체주로 향하던 단기·고위험 투자 수요도 줄었다. 금리 상승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 수요까지 동시에 둔화하면서 개인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함께 커졌다는 분석이다.

개인·외국인·기관이 모두 매도에 나섰음에도 주가가 수급 규모만큼 급격히 무너지지 않은 데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는 누군가 주식을 팔면 반드시 반대편에서 같은 양을 사는 투자자가 존재한다. 최근 수급에서는 개인·외국인·기관과 별도로 집계되는 ‘기타법인’이 이 역할을 맡았다.

같은 기간 기타법인은 SK하이닉스를 약 18조5000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외국인·기관이 쏟아낸 물량 대부분을 사실상 기타법인이 받아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기타법인이 약 7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 같은 수급 구조를 가능하게 한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개인과 외국인, 기관이 동시에 주식을 내다 팔아도 회사 측 매수 물량이 이를 받아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면서 매도 물량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 개인·외국인·기관이 동시에 매도 우위를 보이면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타법인과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한 매수 주체가 등장하면서 3대 수급 주체의 동반 매도가 곧바로 주가 급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은 셈이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급은 두 가지 힘이 맞서는 구조로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금리 상승과 위험자산 회피, 레버리지 투자 위축으로 개인·외국인·기관의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이 물량을 흡수하며 주가 하단을 받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반도체주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경우 외국인 매도 압력도 완화될 수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자사주 매입만으로 수급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절대적인 레벨은 성장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주말에 AI 투자 및 개발 속도에 대한 노이즈가 나와 시장이 어수선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증시는 AI 노출도가 한국보다 적어 신고가 갱신 랠리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여전히 주식 자산군에 대한 선호도를 줄이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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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는 6개월 만에 지수가 두 배가 됐으며 지수가 급락할 때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7월에만 네 차례 발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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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