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특수성은 헌법따라 판단”
“재판 영향줄 목적의 입법, 헌법 검토 필요”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는 11일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재판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 취임 전 시작된 형사재판의 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 제84조상 ‘소추’의 의미와 범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도 일반 국민과 동일한 재판 절차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이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경우 헌법 제84조와 같이 헌법상 지위와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규정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이 정한 바에 따라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 전 시작된 형사재판을 임기 중에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헌법 제84조의 ‘소추’의 의미와 범위에 관한 법리 해석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논점인 만큼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헌법 해석을 통해 판단할 재판사항”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 중 기존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헌법상 허용되는지, 대통령 취임으로 중단된 형사재판을 퇴임과 동시에 재개하는 것이 원칙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현재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과 관련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대법관 후보자로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정치·사회적 파장을 이유로 법원이 특정 형사사건의 선고 시기나 재판 속도를 조절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심리와 선고 시기는 사건의 내용과 심리 진행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정치·사회적 파장을 기준으로 앞당기거나 미룰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정인의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법률을 제·개정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후보자는 “입법권은 헌법상 국회에 부여된 권한으로 폭넓게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특정인의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직접 영향을 줄 목적으로 입법이 이뤄진다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과 사법권, 재판의 독립과의 관계에서 헌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은 대법관 임명 절차를 정하고 있을 뿐 대법원장의 제청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사유와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문 규정이 없는 절차가 헌법상 허용되는지는 헌법이 각 기관에 부여한 권한의 성격과 상호관계에 비춰 해석으로 가려질 문제”라고 했다.
대법관 제청 전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 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헌법은 제청과 임명의 절차만 정하고 있을 뿐 사전 협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헌법기관 간 의견을 조율하는 관행이 있어왔고, 임명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협력의 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하급심 약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김 후보자는 “과도한 사건 부담을 완화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다 충실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사실심 법관 인력이 감소해 하급심의 재판 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사실심 강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 증원이 실질적인 사법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증원된 대법관 수에 부합하는 재판부 구성과 심리 방식을 마련하고 재판연구관 등 필요한 인력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 제도가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재판소원 과정에서 법원의 사실 인정이나 법률 해석의 당부를 일반적으로 다시 판단하게 된다면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재판의 확정력과 법적 안정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서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법관의 재판 독립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인 영역이고, 헌법상 재판의 독립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왜곡죄가 정당한 법률 해석이나 재판상 판단에까지 폭넓게 적용된다면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사건 처리의 신속성, 수사기관 상호 간 책임 소재, 피해자 구제와 공소유지를 위한 충분한 증거 확보 등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면밀한 준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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