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선물, 연말 금값 기본 전망 4550달러 제시

연준 9월 동결 땐 신뢰 훼손…4700달러 이상

호르무즈 정상화·유가 70달러대면 5000불 시험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광고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는 외국인. 임세준 기자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광고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는 외국인.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압력에도 금리를 동결하거나 미·이란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경우 연말까지 금값이 각각 4700달러 이상으로 오르거나 5000달러선을 시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선물은 ‘최근 금 가격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금 가격) 거래 범위는 4100~4750달러, 연말 종가는 4550달러 내외로 전망한다”면서도 연준의 정책 결정과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이 같은 기본 전망을 크게 벗어날 가능성도 열어뒀다.

우선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9월 금리를 동결할 경우 금값이 47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2.5%, 동결 가능성을 27.6%로 반영하고 있다. 8월 미국 비농업 고용이 16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5.4%에 달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있어 금리 경로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삼성선물은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시장은 이를 단순한 완화적 통화정책 이상의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높은 물가를 잡기보다 다른 목표를 우선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도 금값이 함께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물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를 팔아 금리가 뛰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달러 구매력 하락을 피하기 위해 금을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선물은 올해 남은 기간 금값을 결정할 두 힘 가운데 하나로 ‘달러 자산 및 연준 신뢰 상실로 인한 국채 시장 불안’을 꼽았다. 이런 불안은 달러와 국채를 대신할 자산으로써 금 수요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값이 5000달러를 시험하는 시나리오는 미·이란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다. 통상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중동전쟁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 자체보다 전쟁이 유가와 물가, 금리를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금값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뛰면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연준이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강해진다. 이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감소에 이어 홍해를 통한 원유 수출 차질 우려가 불거지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자 금과 은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삼성선물은 “중동 전쟁이 금을 끌어 내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와 같은 중동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경우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고, 금값은 유가가 오를 때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를 통해 압박받을 수 있다는 게 삼성선물의 판단이다.

반대로 미·이란이 휴전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실질적으로 정상화되면 유가가 70달러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생긴다. 지정학적 불안 완화는 금의 안전자산 수요를 약화하는 요인이지만, 올해처럼 유가·물가·금리 경로가 금값을 좌우하는 국면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완화와 금리 인상 우려 후퇴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유가가 떨어져 물가 압력이 약해지면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도 낮아진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면 이자가 없는 금을 보유할 때의 기회비용도 줄어든다. ‘전쟁 완화→안전자산 수요 감소’보다 ‘유가 하락→인플레이션 완화→긴축 우려 후퇴’라는 경로가 금값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금 매수세도 금값의 하단을 받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은 288.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 통계 작성 이후 2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이 2013년 이후 가장 큰 분기 낙폭을 기록한 시기에 중앙은행들은 오히려 기록적인 규모로 금을 사들였다.

특히 중국의 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중국 인민은행은 7월 금 보유량을 전월보다 64만온스, 약 20t 늘린 데 이어 8월에도 65만온스를 추가했다. 금 매입 행진은 22개월째 이어졌다. 3월 16만온스, 6월 48만온스에서 최근 매입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금과 외화를 매각하고 있지만 중국과 다른 신흥국의 수요가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무시하고 9월에 동결을 택할 경우 물가 억제 목표를 사실상 후순위로 미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연준의 신뢰 훼손을 이유로 미 국채 금리가 발작할 수 있고, 금 가격은 47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이란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정상화가 이루어질 경우에도 유가가 70달러대로 회귀하면서 금 가격은 5000달러 이상을 시험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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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