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동시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세대 HBM인 HBM4 판매가 본격 확대되는 가운데 파운드리 선단공정 수율까지 개선되면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턴키’ 경쟁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2분기 33%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4분기에는 4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12%포인트 뛰었다. 선두 SK하이닉스와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HBM4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제품 로드맵도 구체화하고 있다. HBM4 양산에 이어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4E 샘플 공급에 나섰으며, 이후 HBM5와 차세대 3차원 구조인 zHBM까지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세대 HBM에서는 단순히 D램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HBM 하단에서 데이터 입출력과 제어를 담당하는 베이스다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기술까지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것이 강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HBM용 D램부터 베이스다이 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대응할 수 있어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제품 설계가 용이하다.
HBM만 살아나는 게 아니다…파운드리 수율도 개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파운드리 역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됐으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수율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율은 한 장의 웨이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칩을 생산하는 비율로, 파운드리 사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수율이 높아질수록 같은 웨이퍼에서 판매할 수 있는 칩이 많아져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4나노 공정에서 인공지능(AI) 추론용 언어처리장치(LPU)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2나노에서도 모바일과 AI·고성능컴퓨팅(HPC)용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선단공정 가동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증권가에서는 4나노 가동률 상승과 수율 안정화가 이어질 경우 파운드리 사업이 이르면 하반기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나노 공정 개선은 파운드리 사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HBM의 베이스다이에 더욱 미세한 로직 공정이 적용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곧 HBM 제품의 성능과 전력효율 경쟁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삼성이 노리는 ‘턴키’ 시장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HBM 역시 범용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GPU나 AI 가속기의 구조에 맞춰 용량과 속도, 전력 특성 등을 설계하는 ‘커스텀 HBM’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 경우 고객사는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 반도체와 패키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 단품 경쟁을 넘어 종합 반도체 회사라는 사업 구조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KB증권은 HBM4 이후 고객별 맞춤형 제품 비중이 커지면서 HBM 업체의 가격 협상력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향후 관전 포인트는 HBM과 파운드리를 각각 얼마나 성장시키느냐를 넘어 두 사업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HBM4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고 2나노 선단공정까지 안정화할 경우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은 삼성전자의 턴키 전략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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