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구직급여 지급방식 손질, 총액 그대로 ‘논란’
220만 월급vs190만 구직급여 “식비·교통비 빼면 비슷”
자진퇴사 뒤 단기계약 거쳐 우회 수급…中企 ‘징검다리’ 우려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뭐 하러 중소기업 다니나요? 실업급여가 이렇게 달달한데.”
김민지(29) 씨는 지난해 약 2년간 다니던 10인 규모 사업장을 스스로 그만뒀다. 자진퇴사는 구직급여 대상이 아니지만 김씨는 현재 구직급여를 190만원씩 받으며 쉬고 있다. 올해 영화관에서 2개월간 계약직으로 일한 뒤 계약만료로 퇴사하면서 수급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자진퇴사한 뒤 단기 계약직을 거쳐 구직급여를 받는 이른바 ‘우회 수급’ 방식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중소기업계의 인력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직급여를 받으려면 최종 이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고, 마지막 퇴사가 비자발적 이직이어야 한다. 이때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한 피보험기간은 합산된다.
김씨 역시 이전 중소기업 근무로 180일 요건을 채운 뒤 영화관 계약이 만료되면서 수급 대상이 된 경우다. 박모(34) 씨도 중소기업을 자진퇴사한 뒤 지난 7월부터 스타트업에서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는 “계약기간을 채우면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해외여행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중소기업에서 받던 임금과 구직급여 간 차이가 크지 않아 퇴사 이후 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 같은 ‘시럽급여’ 논란을 반영해 제도 손질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22년 만에 구직급여 지급방식을 손보는 내용의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한 달에 받는 구직급여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무급휴일까지 포함해 주 7일분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무급휴일을 빼 주 6일분만 지급한다. 이에 따라 현재 월 198만원 수준인 하한액은 내년 개편 후 약 176만원, 상한액은 204만원에서 약 181만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총 지급액은 줄지 않아 개편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월 지급액을 낮추면서도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정해지는 총 지급일수 120~270일과 총수령액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주당 급여 지급일이 7일에서 6일로 줄어드는 만큼, 같은 금액을 더 긴 기간에 걸쳐 나눠 받는 구조다.
실제 중소기업의 월급은 구직급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0인 미만 사업체의 신입사원 월급은 약 270만원, 5인 미만 사업체는 약 228만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으로 지급하는 사업체라면 올해 기준 월급은 약 220만원이다. 올해 구직급여 하한액은 30일 기준 월 198만원으로, 격차가 약 30만원에 그친다.
박씨는 “중소기업에서 실수령액으로 22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실업급여는 비과세로 178만원가량 들어왔다. 세금까지 생각하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은 회사에서 발전한다는 느낌도 없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스펙을 쌓고 큰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게 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다니던 중소기업 폐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한 수급자는 “집에서 쉬고 있어도 정해진 날이면 통장에 월급에 가까운 170만원이 들어왔다. 5개월밖에 못 받은 게 아쉬울 정도였다”며 “지금은 또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여기 회사도 망해서 실업급여를 한 번 더 받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특성상 복지가 빈약하고 업무가 과중한 점도 회사 재직보다 구직급여를 더 선호하게 되는 원인이다. 또 다른 수급자는 “회사에서 차량 유지비나 교통비, 식비를 전혀 지원해주지 않았다”며 “회사를 다니며 쓰는 돈을 빼면 월급이나 구직급여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급여는 높지 않은데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몇십 만 원 적더라도 구직급여를 받을 때가 회사를 다닐 때보다 좋았다”고 전했다.
이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흐름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5%가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 중소기업 대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 부서의 막내 직원만 세 번 바뀌었다. 젊은 직원 중에는 이직이나 휴식을 위해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사업장에선 계약직 채용을 많이 하니 퇴사 후 그런 곳에서 잠깐 일하고 구직급여 받기가 좋은 듯하다”고 토로했다.
단기 계약직을 뽑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계약 연장이 어려워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중소벤처업계 관계자는 “계약직으로 채용해도 서로 잘 맞으면 사업주는 재계약을 하고 싶어 하는데, 계약기간까지만 일하겠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치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며 “처음부터 실업급여나 이직 준비를 위해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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