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르포
AI가 박스 구성 사전확인, 공간 10%↓
안성센터 하루 평균 1만6000건 처리
주문~출고까지 30분, 3초당 1박스 꼴
저온 물류를 새 성장축으로 키울 것
#. 냉동식품이 담긴 흰색 스티로폼 박스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쉼 없이 지나간다. 박스가 중량검수기를 통과하자 자동 테이핑과 운송장 부착 작업이 이어지고, 출고 라인에서는 약 3초마다 박스 하나가 빠져나왔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안성 CJ대한통운 B2C 저온센터에서는 고객들에게 전달될 물품을 포장하는 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공지능(AI)이 상품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해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여러 조합으로 쌓아본 뒤 빈 공간이 가장 적은 박스를 골라냈다. 드라이아이스와 아이스팩, 완충재가 들어갈 공간까지 계산한다.
물류 현장에서만 이뤄지던 이 ‘박스 고르기’는 이르면 올해 말 소비자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으면 배송될 박스의 크기와 내부에 남는 빈 공간을 미리 보여주고, 소비자가 상품을 하나 더 담거나 빼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크기의 박스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풀필먼트·터미널)본부장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되면 내가 산 상품의 조합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박스가 오고, 빈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소비자가 미리 알 수 있다”며 “네이버나 SSG 등 고객사에 제안해 함께 협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가 ‘테트리스’ 하듯 상품 쌓는다…빈 공간 10% 줄여=박스 안에 남는 공간을 줄이면 포장재 사용량과 물류비를 동시에 낮추고, 차량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물량도 늘릴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AI 기반 박스 추천 시스템 ‘로이스 오팩’이다. 시스템에는 수천개 상품의 가로·세로·높이 등 부피 정보가 입력돼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AI가 여러 상품을 가상 공간에서 테트리스처럼 이리저리 쌓아보며 빈 공간이 가장 적은 박스를 찾아낸다.
작업자가 포장할 박스를 직접 판단하는 과정도 줄면서 작업 효율도 높아졌다. 과거 시스템은 주문 1만건에 맞는 박스를 추천하는 데 약 20~25분이 걸렸지만, AI와 최적화 알고리즘을 결합한 로이스 오팩은 박스 추천에 약 0.004초가 걸릴 정도로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날 찾은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는 이 같은 물류 기술이 이미 현장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약 1만8972㎡(5739평) 규모의 안성센터에는 냉동 4개, 냉장 1개, 출고장 1개 등 모두 6개 구역이 마련돼 있다. 112개 이커머스 셀러의 냉장·냉동 상품 2040종을 취급하며 하루 최대 2만5000건까지 출고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하루 평균 110명이 약 1만6000건을 처리하고 있다.
냉동실 곳곳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온·습도 센서도 눈에 띄었다. 자체 개발한 ‘로이스 온도’ 시스템이다. 사람이 정해진 시간마다 온도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센터 곳곳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센터 운영자에게 즉시 경고가 전달된다.
▶스마트폰 하나 몰래 넣었더니 바로 ‘빨간불’=냉장 구역에서는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화면이 달린 카트를 끌고 선반 사이를 오갔다. 화면에는 어떤 위치에서 무슨 상품을 몇 개 꺼내야 하는지가 차례로 표시됐다. 작업자가 임의로 동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효율적인 순서로 작업을 안내한다.
사람의 검수가 끝난 상자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중량검수기를 통과했다. 주문 정보에 저장된 예상 무게와 실제 무게의 차이가 기준치를 넘으면 정상 출고라인에서 자동으로 빠진다.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품이 담긴 상자에 무게 167g짜리 스마트폰을 하나 넣어봤다. 상자가 검사기를 통과하자 곧바로 빨간색 불이 켜졌다. 컨베이어를 따라가던 상자는 정상 라인을 벗어나 ‘NG 박스’ 쪽으로 밀려났다. 기준 중량과 3%만 차이가 발생해도 이상 여부를 확인하도록 설계돼 있다.
안성센터는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사업에서 저온 물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전략의 일부다. CJ대한통운이 올해 7월 말 기준 운영하는 풀필먼트센터는 전국 235곳, 총면적 289만9000㎡다. 고객사는 약 2200곳으로 올해 들어서만 400곳 가까이 늘었다. 저온물류 거점은 전국 67곳이다.
윤 본부장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와 전국 단위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물류 효율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최적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성=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