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HD현대 최고AI책임자(CAIO·상무) 인터뷰

제조 AI 선두로 조선업 지목

반도체 버금가는 국부창출 가능 영역 강조

조선업 축적 경험·노하우, AI로 지식 자산화 필요성 제기

설계·물류 최적화에 경영진 AI 과외…전사 AX 가속

김영옥 HD현대 최고AI책임자(CAIO·상무). [HD현대 제공]
김영옥 HD현대 최고AI책임자(CAIO·상무). [HD현대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제조 AI(인공지능)는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 선두에 설 수 있는 산업이 조선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옥 HD현대 최고AI책임자(CAIO·상무)는 10일 HD현대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조 AI는 우리나라의 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저 생성형 AI나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기술을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업 등 한국 제조업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 공정 노하우를 AI로 지식화·자산화한다면 반도체 못지않은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 제조 AI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합”

김 상무는 컴퓨터공학과 AI를 전공했으며 제조업 현장에서 20년가량 AI를 다뤄온 ‘제조 AI 전문가’다. 2022년 9월부터 HD현대그룹 CAIO를 맡아 만 4년간 그룹의 AI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김 상무는 “AI를 단순히 기술로 보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에 접목해 어떻게 국부를 창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게 제조 AI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제조 AI의 선두 산업으로 조선업을 꼽은 이유는 조선업 특유의 ‘롱텀 밸류체인’에 있다. 자동차가 한 대 생산되는 데 수시간이 걸리고 공정 표준화와 자동화가 높은 반면, 조선업은 선박 한 척을 만드는 데 약 1년 반이 걸린다. 수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고, 자동화하기 어려운 수작업 공정도 많다. 이 긴 공정 곳곳에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숙련공들의 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김 상무는 “사람이 갖고 있는 롱텀 밸류체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지식화하고 자산화해서 프로세스에 AI를 잘 녹인다면 처음에 가진 정보와 끝의 정보가 연결될 것”이라며 “데이터가 흘러가면서 공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전체 생산 효율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또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융합해 조선업의 경쟁력과 사업 영역 자체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사람이 함께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조선업을 키워가는 방향을 염두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中 추격 따돌리고 美 마스가 경쟁력에도 ‘AI’가 관건

이 같은 제조 AI 경쟁력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릴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상무는 “중국의 피지컬 AI 모델이 당장 조선소 현장에서 용접하고 도장하고, 밀폐공간에서 품질검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이 범용 AI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당장 중국의 AI 모델이 현장에 들어와 숙련공을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시간은 많지 않다”며 “중국에 노출되지 않게 잘 내재화하고 지식산업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조선은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조선업 경쟁력을 전략자산으로 보고, 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협력사의 AI 전환, 지역 인재 유치 등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미국 헌팅턴 잉걸스 산하 잉걸스 조선소의 작업자가 HD현대의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사용해 수평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미국 헌팅턴 잉걸스 산하 잉걸스 조선소의 작업자가 HD현대의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사용해 수평 용접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이 같은 제조 AI 경쟁력은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황금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가진 경험을 지식자산화하고 전 공정을 최적화한다면 충분히 제2의 조선 부흥이 될 수 있고, 반도체 못지않은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서도 AI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상무는 “미국 노동자 인건비가 한국의 4~5배인데도 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그런 환경에서 조선업을 부흥시키려면 결국 사람이 가진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AI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노하우와 자산을 어떻게 패키징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피지컬 AI까지 결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설계·생산 현장 곳곳에 AI 적용…최고경영층 대상 과외도

HD현대는 이미 설계와 생산 현장 곳곳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선박은 자동차와 달리 동일한 배가 한 척도 없기 때문에 과거에 건조한 유사 선박의 도면을 활용해 새로운 선주의 요구사항에 맞춰 수정하는 ‘편집 설계’가 중요하다. HD현대는 이 과정에서 AI가 과거 설계와 현재 선주가 요구한 사양을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내고,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추천하는 모듈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설계 직능별로 AI를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상무는 “설계에도 여러 직능이 있는데 직능별로 AI를 최적화해서 근본적으로는 ‘조선 명장 AI 에이전트’라는 내부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에서는 조선소 곳곳에 적치된 블록의 물류 최적화에 AI를 활용한다. 선박은 거대한 구조물인 만큼 블록을 어디에 적치하고 어떤 순서로 이동시킬지가 생산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 상무는 “조선소 물류 관점에서도 반드시 AI 최적화가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HD현대 조선소에서 로봇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HD현대 조선소에서 로봇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이 같은 AI 전환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김 상무는 직접 발로 뛰었다. HD현대 합류 초기 1년간은 AI 전환을 추진하면서 70회가 넘게 현장을 찾았다.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AI가 실제 업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교육했다. 그는 현장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기술보다도 사람에 대한 변화와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상무가 HD현대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만 해도 현장에서는 AI가 생산과 설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지만, 지금은 모든 구성원이 AI 전환의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올해는 최고경영층을 대상으로 1대1 멘토링하는 ‘AI 과외’를 진행, 경영진들은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바이브 코딩’까지 직접 경험했다. 그는 “이제는 현장에서도 AI를 통해 어떻게 혁신하고 본인의 비즈니스에 직접 적용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상무는 오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 연사로 나서 제조 AI를 향한 여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헤럴드 기업포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오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 포스터. 올해 포럼은 ‘비욘드 팔로어, 선도 경제로의 전환’을 주제로 AI·반도체·피지컬 AI·우주산업 등의 미래 전략을 다룬다. [헤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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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명장의 경험까지 습득”…포스코가 그리는 ‘AI 제철소’ [미리보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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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치현 포스코홀딩스 그룹DX전략실장(CDO)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의 핵심 경쟁력으로 ‘사람’을 꼽으며 고로 내부 상태를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6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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