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치현 포스코홀딩스 그룹DX전략실장 인터뷰
숙련자 노하우 AI 학습…고로·제강 고도화
“AI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 아냐…원래 하던 일 더 잘해야”
제철소 에너지 흐름 통합하는 AI 에이전트
장인화 ‘미션 지향형 AX’ 구체화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포스코에는 ‘명장’이라는 타이틀이 있든 없든 엄청난 노하우와 다양한 돌발·예외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전문가가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을 인공지능(AI)에 잘 학습시키면 AI의 수준도 올라갑니다”
수십년 동안 제철소 현장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전수해 온 ‘베테랑의 노하우’를 이제 AI가 배운다. 고로 내부 상태를 판단하는 법부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숙련자의 머릿속에 쌓여 있던 경험과 판단 기준을 AI의 지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치현 포스코홀딩스 그룹DX전략실장(CDO)은 지난 4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의 핵심 경쟁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임 실장은 “원래 일을 하던 사람의 역량이 높으면 AI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며 “포스코에는 경험과 노하우, 지식, 책임감을 갖춘 뛰어난 현장 전문가가 많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CDO에 선임됐다. 젊은 학계 전문가를 그룹 핵심 임원으로 발탁한 이례적인 외부 인사로 평가됐다. 현재 그룹의 디지털·AI·로봇 전략과 AX 핵심 과제 실행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수십년 현장 노하우, AI의 ‘교과서’로
대표적인 곳이 고로다. 거대한 고로 내부에서 철광석과 코크스 등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작업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설비 상태와 각종 데이터를 토대로 내부 상황을 추정하고 대응해 온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포스코는 이런 전문가들의 판단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AI에 학습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돌발·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축적된 의사결정 기록도 AI의 학습 재료가 된다.
임 실장은 “고로는 일종의 블랙박스여서 내부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상태를 추정해 온 노하우가 쌓여 있다”며 “전문가들의 경험과 판단 노하우를 정리해 고로 상태를 예측하는 AI에 학습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생산 현장에서는 AI가 사람의 판단 영역을 상당 부분 맡는 사례도 있다.
아연도금 공정이 대표적이다. 아연을 기준보다 적게 입히면 불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공정을 제어할 때는 안전하게 기준보다 많이 투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싼 아연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면서 원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포스코는 AI가 실시간으로 도금 상태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만 아연이 입혀지도록 공정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를 개선했다. 상황이나 원료 변화로 예측이 어긋나면 이후 검사 결과를 토대로 모델을 다시 조정한다.
제강 공정에서도 컴퓨터 비전과 기존 작업자의 노하우를 결합해 사람이 직접 눈으로 상태를 살피고 설비를 조작하던 영역을 자동화하고 있다. 임 실장은 “순수 자동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하우까지 녹여 지금은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하는 방향으로 상당 부분 와 있다”고 말했다.
흩어진 AI 하나로…제철소 전체를 보는 ‘두뇌’
포스코의 다음 과제는 공장 곳곳에 흩어진 AI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개별 공정 하나의 효율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제철소 전체를 놓고 최적의 답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제철소 에너지 관리가 대표적인 실험장이다. 제철소에서는 외부에서 구매한 전력과 LNG뿐 아니라 고로 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설비 가동과 생산계획이 바뀌면 필요한 에너지의 양과 가장 경제적인 공급 방식도 달라진다.
포스코그룹은 공정 전체의 에너지 흐름과 각 공장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이는 어느 공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을 때 다른 공정과 에너지 비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제철소 에너지 두뇌’ 역할을 한다.
예컨대 자체 발전을 늘릴지, 한전에서 전력을 구매할지, 부생가스를 어느 공정에 우선 배분할지 등을 생산계획과 설비 상태에 맞춰 판단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불필요하게 가동되는 설비나 슬라브 재가열처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까지 찾아내 전체 생산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단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포스코가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배제한 ‘자율 제철소’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 임 실장은 AI가 스스로 계획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후보 사례는 있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현재는 사람의 승인과 개입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많이 쓴다고 AX 아니다”…성과도 숫자로 측정
포스코그룹의 AX 전략을 관통하는 원칙은 ‘AI를 위한 AI’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X로 전환을 빨리 하는 회사가 이긴다”고 강조해 온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미션 지향형 AX’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AI 도입 건수를 늘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철강·이차전지소재·에너지 등 각 사업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 실장은 “AI를 많이 쓰는 게 아니라 회사가 해야 할 일을 더 잘 해내는 데 AI가 도구로 쓰여야 한다”며 “그냥 ‘AI를 써보자’고 접근하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그쳐 전체적인 생산성이나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만이 피지컬 AI 아니다
포스코가 바라보는 피지컬 AI의 범위도 로봇에만 머물지 않는다.
임 실장은 “포스코그룹의 피지컬 AI는 꼭 휴머노이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거대한 물리적 설비에 센서와 지능을 붙여 작업을 더 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큰 축”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에게 위험한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고로 설비 점검 등에 로봇을 활용하고, 고온이나 유해가스 등 작업자에게 부담이 큰 환경에서는 현장에 맞춰 개조한 특수 로봇이 사람이 하던 작업을 맡는 방식이다.
임 실장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AX의 모습은 개별 AI가 하나씩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공장이 아니다. 수십년간 사람이 쌓은 지식에 AI의 계산 능력을 더하고, 공정과 부서별로 흩어진 판단을 연결해 제철소 전체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그는 “AI는 지능이고 지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능이 높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일을 잘하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래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지능과 지식을 AI에서 공급받는 것, 저는 그것이 AX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오는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기업포럼 2026’ 연사로 나서 AX 전략과 제조 AI의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헤럴드 기업포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