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보다 기술 먼저
장인화표 기술 뚝심, 16년 투자 결실
파일럿→데모→상업화 단계별 검증
신중한 의사결정이 만든 첫 흑자
AI·DLE로 다음 100년도 준비
[헤럴드경제(살타)=정경수 기자] 프로젝트명 ‘살 데 오로’. 스페인어로 ‘황금소금’이라는 뜻이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에 붙인 이름으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아르헨티나 순방길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언급했던 사업이다. 철강에 이어 포스코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먹거리다.
출발점은 광산 확보가 아니었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리튬 추출 원천기술 개발에 먼저 뛰어든 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서야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했다. 일반적인 광산 기업들과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포스코가 이 같은 길을 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리튬 사업의 승부는 ‘광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불순물이 많은 염수에서 얼마나 경제적으로 고순도 리튬을 안정적으로 추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당시 포스코는 광산 개발 경험이 거의 없었다. 광권을 확보하더라도 자체 기술이 없으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계를 선도하던 중국 기술에 의존해서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작용했다.
기술 검증만 10년…장인화가 키운 리튬 프로젝트
이 같은 ‘기술 우선’ 전략의 중심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있었다. 그는 신사업실장 시절인 2014년부터 아르헨티나 현지 염수를 활용한 파일럿 플랜트 운영과 리튬 추출 기술 개발을 직접 챙겼다.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염수를 활용해 상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작업이었다.
2017년 기술투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개발에 더욱 속도를 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기술연구원, 이차전지소재사업실 등 130여 명의 연구인력을 ‘원팀’으로 묶어 데모 플랜트 구축과 공정 실증을 주도했다. 연구개발과 생산기술, 사업부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실험실 기술을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10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2020년 포스코 독자 염수리튬 추출 기술이 완성됐다. 이 기술은 2024년 아르헨티나 1공장 상업 생산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램프업을 사실상 마무리하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이 실제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 16년이 걸린 셈이다.
광권도 ‘사는’ 대신 직접 찾았다
포스코는 2010년 볼리비아 염호를 시작으로 남미 리튬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고, 시행착오 끝에 사업성과 개발 여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아르헨티나를 선택했다.
2018년 인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역시 공개 매물이 아니었다. 포스코는 일찍부터 사업성을 높게 평가해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했고, 당시 자금난을 겪던 호주 갤럭시리소스와 협상을 진행해 경쟁사보다 앞서 광권을 확보했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우리는 광권을 사서 되파는 회사가 아니라 직접 개발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며 “중개시장에 나온 매물을 기다리지 않고 사업성이 뛰어난 광권을 먼저 찾아 제안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탐사를 멈추지 않았다. 업계가 통상 100m 안팎만 시추할 때 포스코는 최대 400~500m까지 범위를 넓혔고, 리튬 자원은 인수 당시 약 225만톤에서 현재 약 1500만톤으로 늘어났다. 평균 리튬 농도도 약 920ppm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염수를 직접 확보하는 구조를 갖추면서 제조원가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으로 낮췄다.
철강 DNA…충분히 검증한 뒤 투자한다
포스코의 리튬 사업에는 철강 사업에서 축적한 투자 방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파일럿과 데모 플랜트로 기술을 검증한 뒤 상업화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광권을 인수한 뒤에도 곧바로 공장을 짓지 않고 약 2년간 사업성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한 끝에 2020년 상업화를 결정했다.
1공장에는 포스코 독자 기술을, 올해 가동을 앞둔 2공장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하는 상용 공정을 개량 적용했다. 독자 기술과 검증된 상용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판단이었다.
1공장에는 자체 개발한 BPED(양극성 전기투석) 공정도 적용했다. 황산리튬을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폐기물 발생량은 약 50%, 담수 사용량은 약 40% 줄일 수 있다.
AI·DLE…다음 100년도 준비
포스코는 현재의 경쟁력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직접리튬추출(DLE)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처럼 리튬 농도가 높은 염호에서는 자연 증발 방식이 경제성이 가장 뛰어나지만, 이런 고농도 염호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앞으로는 저농도 염수와 점토광 등에서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래 기술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2019년 아르헨티나 염수를 활용한 DLE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고, 최근에는 미국 유타주 그린리버에서도 흡착식 DLE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캐즘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맞춰 3·4공장은 탄산리튬 중심으로 방향을 조정했고, 해발 4000m 고지대 공장에는 AI 기반 원격 관제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도 도입할 계획이다.
박 법인장은 “화학공정의 시퀀스를 수백, 수천 번 바꾸며 10년 넘게 연구한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급 수산화리튬 생산 기술을 갖추게 됐다”며 “수율을 높이고 공정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