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국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싸늘해지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세에 한동안 주춤했던 미국 주식 투자는 8월 들어 다시 빠르게 늘며 보관금액이 19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이 개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미국 대표지수로 다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부는 국내 주가 하락에 직접 베팅하는 상품까지 사들이면서 한동안 잦아들었던 개인들의 ‘탈(脫)국장’ 움직임이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902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700억달러선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들어 180억달러 이상 불어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5월 말 2042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6월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일부 투자자금이 국내로 이동했고 보관금액은 1948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7월에는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1715억달러 수준까지 급감했다. 불과 두 달여 만에 300억달러 이상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8월 들어 분위기가 다시 반전됐다. 지난달 나타났던 감소분의 상당 부분이 불과 보름여 만에 회복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를 당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국내 시장으로 돌아왔던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지자 다시 미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기 수익률뿐 아니라 시장의 안정성과 장기 성장성 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증시가 여전히 일종의 ‘피난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지수가 높은 수준까지 올랐음에도 자금을 국내 증시에 묶어두기보다 미국 시장으로 분산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증시 수급에서도 개인과 외국인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8조1565억원으로 하루 평균 1조6313억원에 달했다.
반면 개인은 최근까지 국내 주식을 내다 파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왔다. 다만, 18일 7316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며 ‘팔자’ 행진을 일단 끊었다.
ETF 시장에서도 개인들의 미국 증시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ETF 가운데 3개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TIGER 미국S&P500이 1198억원으로 개인 순매수 2위에 올랐고 KODEX 미국나스닥(684억원·4위), KODEX 미국S&P500(669억원·5위)이 뒤를 이었다.
국내 주가 하락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1위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1422억원이 유입됐다.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개인들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며 “그간 거래량과 거래대금 확대를 이끌어온 주체는 개인 투자자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추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자신이 매수한 가격대까지 주가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다시 들어가기보다 본전 회복을 기다리는 경향이 강하고, 급락장에서 포지션이 정리된 투자자들도 반등장에서 소외되면서 투자 의지가 많이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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