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테슬라 등 토큰화 주식으로 담보 확대 계획

미 상원의원 7명 “디지털자산 변동성, 이중 대출 부담 우려”

[챗GPT를 이용해 제작]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을 팔지 않고 담보로 맡겨 주택 구매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코인 주담대’(주택담보대출)가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관련 대출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디지털자산의 변동성이 주택시장과 납세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출업체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토큰화 주식까지 담보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3일(현지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모기지 대출업체 베터홈앤파이낸스(Better Home & Finance·베터)가 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내놓은 디지털자산 담보 주택대출을 두고 은행권과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샬 가르그 베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최대 은행 중 일부를 포함해 이 대출을 매입하고 자금을 공급하려는 은행들이 줄을 서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대출이 은행이 보유할 수 있는 적격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상품이 “디지털자산이 은행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터는 현재 비트코인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담보로 받고 있다. 향후 담보 인정자산으로 이더리움과 솔라나도 추가할 예정이다. 가르그 CEO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코인베이스, 애플, 아마존 등 상위 50개 기업의 토큰화 주식도 담보 후보로 제시했다. 밈코인은 제외하고 충분한 유동성과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확보한 자산을 중심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르그 CEO는 부모가 퇴직연금 계좌를 담보로 제공해 자녀의 주택 구매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디지털자산을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는 시장이 커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을 통한 디지털자산 투자의 제도적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5월 401k의 디지털자산 편입에 ‘극도의 주의’를 요구했던 지침을 철회한 데 이어, 지난 3월 수익률과 수수료, 유동성 등을 포함한 대체자산 검토 기준을 제안했다.

주택 구매자가 집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입찰 가능 금액을 계산해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가르그 CEO는 장기적으로 개인이 주택의 일부 지분만 보유한 채 여러 집을 옮겨 다니는 형태의 주거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 이런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거래 과정의 마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베터가 제시한 전통적인 주택 구매 방식과 비트코인 담보 대출의 계약금 조달 비교. 베터는 비트코인 10만달러를 담보로 맡기면 4만달러의 계약금 대출을 받아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터 홈페이지 갈무리]
베터가 제시한 전통적인 주택 구매 방식과 비트코인 담보 대출의 계약금 조달 비교. 베터는 비트코인 10만달러를 담보로 맡기면 4만달러의 계약금 대출을 받아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터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베터와 코인베이스는 지난 3월 비트코인이나 USDC를 활용해 주택 구매에 필요한 현금 계약금을 마련하는 대출 상품을 발표했다. 차입자는 미 국책 담보대출기관 패니메이(Fannie Mae)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1순위 주택담보대출과 계약금을 충당하기 위한 별도 대출을 동시에 받는다. 이 중 두 번째 대출은 차입자가 맡긴 디지털자산과 해당 주택의 2순위 담보권으로 보증된다. 두 대출은 모두 베터가 실행하며 담보로 맡긴 디지털자산은 대출 상환 전까지 코인베이스 플랫폼 내 베터 명의 수탁계정에 보관된다.

코인 주담대의 첫 사례는 지난 6월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나왔다. 30대 초반 부부가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겨 주택을 구입했다. 베터는 전국 출시를 앞두고 대기자 명단에 오른 잠재 대출 규모가 약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베터의 사전승인 고객 가운데 41%는 소득과 신용 요건을 충족했지만 주택 구매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레드핀 조사를 인용해 최근 주택을 구매한 젊은 층 가운데 12.7%가 초기 자기자금을 마련하는 데 디지털자산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이용 문턱은 낮지 않은 편이다. 대출액을 웃도는 디지털자산을 담보로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자기자금 대출액의 250%가 필요해 10만달러를 빌리려면 25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맡겨야 한다. USDC는 대출액의 125%인 12만5000달러가 필요하다. 디지털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마진콜이나 추가 담보 요구는 없지만 대출금을 60일 이상 연체하면 담보 자산이 청산될 수 있다.

미 정치권은 이 같은 구조가 주택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딕 더빈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등 상원의원 7명은 지난 4월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관련 승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디지털자산 담보 주택대출을 매입하는 등 디지털자산 관련 위험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담보비율이 250%에 달한다는 점 자체가 자산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데다 차입자가 두 건의 대출이자를 동시에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상원의원들은 두 대출을 합친 금리가 일반적인 패니메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최대 1.5%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디지털자산 가격이 급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경우 차입자가 대출 상환을 포기하면서 손실이 납세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전미소비자법센터(NCLC)와 미국소비자연맹도 지난 6월 공동 기고문을 통해 이 상품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피기백(piggyback) 대출’을 되살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피기백 모기지란 주택 구매자가 부족한 계약금을 충당하고 민간 모기지 보험 가입을 피하기 위해 주된 주택담보대출과 이보다 규모가 작은 2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받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디지털자산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은 채무불이행 및 강재 매각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며 “연방정부는 2008년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초래했던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kyo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