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 대형 베이커리, 10년 운영만으론 부족

“가업·부모·상속인 요건 모두 충족해야”

커피전문점 제외…제과점업이어야 공제

부모 명의만으론 부족…30년 이상 실경영 필수

후계자도 미리 준비…상속 전 2년 종사 등 준비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지출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세금’입니다. 절세 전문가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세금 고민을 ‘이왕 낼 세금 상담소(이·세·상)’에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 나세상(가명 30)씨는 최근 퇴사를 고민하다 어머니가 보유한 경기도 용인의 땅을 떠올렸다.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땅에 사업을 시작하면 어떨까 싶었다. “어머니, 그 땅 나한테 미리 넘겨주면 안 될까요?” 조심스레 말을 꺼냈지만 어머니는 “그냥 주면 증여세가 많이 나온다던데, 나중에 상속받는 게 낫지 않겠냐”며 되물었다.

상속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고민하던 나씨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땅에 빵집을 열어서 가업상속공제로 넘기면 상속세를 안 낼 수도 있대.” 평소 눈여겨봤던 교외의 대형 베이커리카페들이 떠올랐다. 어머니를 대표로 두고 자신이 빵집을 운영하면 새 일자리도 얻고 상속세 부담도 덜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올해 세제개편안에 맞춰 놓치기 쉬운 주의점을 ‘국세언니’ 김혜리 세무사와 함께 짚어봤다.

Q. 어머니 땅에 빵집을 열어 30년 이상 운영하면 세금 없이 물려받을 수 있나요?

A.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상속세가 0원이 될 수도 있어요.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물려받는 가업 재산의 일정 금액을 상속세 계산에서 빼주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고용도 유지될 수 있도록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죠.

현행 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이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승계할 때 적용됩니다. 경영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요.

다만 대형 베이커리카페와 주차장 등을 통한 편법 상속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공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원칙적으로 30년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에요.

대신 오랫동안 가업을 지킨 기업에는 공제 혜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공제 한도를 ‘피상속인의 경영연수×20억원’으로 계산하고, 최대 한도는 1000억원으로 높이는 방식이에요. 가령 45년간 경영했다면 최대 9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혜택이 큰 만큼 확인해야 할 조건도 많아요. 가업 자체의 요건과 물려주는 어머니의 요건, 물려받는 세상씨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공제 대상 업종과 기업 규모는 물론 실제 경영과 후계자의 승계 준비까지 살펴야 해요.

다만 개편안이 올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다는 전제예요. 가업상속공제 관련 주요 개정 규정은 내년 7월 이후 상속이 시작되는 경우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Q. 겉보기에는 같은 카페인데, 왜 커피전문점이 아닌 빵집을 열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고 하나요?

A.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커피전문점인 음료점업은 공제 대상이 아닌 반면, 베이커리카페가 실제로 영위하는 제과점업은 대상에 포함됩니다. 넓은 땅에 들어선 베이커리카페가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빵집은 밀가루와 버터 등 원재료로 반죽·발효·굽기 과정을 거쳐 빵을 만들어 판매해요. 반면 커피전문점은 가공된 원두를 추출해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중심이죠.

다만 빵을 직접 만든다고 모든 빵집을 세법상 ‘제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 영업이 공제 대상인 제과점업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합니다.

Q. 빵집이면 다 되는 거 아니었어요? 사업자등록증에 ‘제과점’이라고 적혀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A. 간판이나 사업자등록증만으로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세법에는 이름이나 형식보다 실제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따지는 ‘실질과세 원칙’이 있습니다. 제과점으로 등록했더라도 실제 영업이 커피전문점에 해당한다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어요.

실제로 국세청은 매출과 매입 구조, 제과시설 등을 살펴 업종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빵을 만드는 시설은 없고 소량의 완제품 케이크만 사다 팔면서, 밀가루·버터보다 커피 원두·우유·시럽 등 음료 원재료의 매입 비중이 월등히 높다면 사실상 커피전문점으로 운영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거죠. 케이크를 조금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제 대상인 제과점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청도 올 연초 실태조사에서 공제 대상이 아닌 업종을 제과점업으로 위장해 운영하는지 등 등록 업종의 적정성을 살펴봤는데요. 상속세를 줄이려고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인 베이커리카페를 차린 뒤 형식적으로 운영하다 물려주는 경우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Q. 어머니를 대표로 올려두고 제가 빵집을 운영하면 안 되나요?

A. 어머니 이름만 대표로 올려두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어머니가 원칙적으로 30년 이상 실제로 가업을 경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사업 이력이 전혀 없는 고령의 80세 어머니를 자녀와 공동대표이사로 등기한 뒤, 실제로는 자녀가 베이커리카페를 운영하면서 어머니가 경영한 것처럼 꾸몄다면 인정받을 수 없어요. 기업 상속이 아닌 증여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실제 국세청은 명의뿐 아니라 실제 운영 내역을 살펴봐요. 매입·매출 자료와 4대 보험 가입 이력, 위성·항공사진, 가족의 소득·경력 자료 등을 함께 확인하면 누가 빵집을 운영했는지, 땅을 실제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표자 재직 기간도 따져야 해요. 가업을 운영한 전체 기간의 50% 이상, 또는 돌아가시기 전 10년 중 5년 이상 대표로 재직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대표로 10년 이상 재직한 뒤 세상씨에게 대표직을 넘겼다면, 세상씨가 승계한 날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대표로 재직하는 경우에도 해당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요.

법인으로 운영한다면 지분 요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최대주주 등에 해당하고, 어머니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비상장법인은 40% 이상, 상장법인은 2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해요.

Q. 그럼 저도 상속받기 전부터 빵집에서 일해야 하나요?

A. 네. 세상씨도 미리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해야 해요. 상속이 시작되는 날을 기준으로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원칙적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합니다.

다만 어머니가 65세 이전에 돌아가시거나 천재지변·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는 2년 종사 요건에 예외가 인정돼요. 세상씨의 어머니는 이미 80대이므로 ‘65세 이전 사망’ 예외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승계 일정도 지켜야 해요.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해야 합니다. 재산을 물려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Q. 만약 어머니 땅에 대형 빵집을 지으면 정원과 주차장, 앞마당까지 모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나요?

A. 빵집 부지라고 해서 땅 전체를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가업에 직접 사용하는 사업용 자산인지 따져야 합니다. 사업장과 시설은 물론 정원이나 주차장도 실제로 빵집 운영에 쓰이는지 확인해야 해요.

예를 들어 부지 안에 가족이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있거나 일부를 가족의 앞마당으로 사용한다면, 해당 주택과 주택에 딸린 토지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 때문에 빵집 부지 전체가 공제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고, 사업에 사용하는 부분과 가족이 생활하는 부분을 구분하는 거예요.

토지의 지목이 ‘대지’라고 해서 모두 사업용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사용 목적이 기준이에요. 여기에 2026년 세제개편안은 공제 대상 토지의 범위를 줄이고 토지 공제 한도를 새로 두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사업에 사용하는 토지라도 공제 범위와 한도를 추가로 확인해야 해요.

Q. 100억원짜리 빵집 부지를 물려받을 때,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경우와 받지 못하는 경우 상속세는 얼마나 차이 나나요?

A. 해당 부지가 모두 공제 대상이고 나머지 요건도 충족해 과세표준이 0원이 된다면 상속세는 없을 수 있습니다.

반면 세상씨도 가업을 이어가지 않는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일반 상속세를 내야 해요. 상속재산이 100억원이고, 배우자공제와 일괄공제를 합해 10억원, 장례비로 500만원을 공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배우자공제를 적용할 수 있고, 다른 재산이나 채무, 사전증여재산은 없다는 전제예요.

100억원에서 공제액을 빼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은 89억9500만원입니다. 여기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고 누진공제액 4억6000만원을 빼면 산출세액은 40억3750만원이에요. 기한 내 신고해 신고세액공제 3%까지 받으면 실제 납부할 세금은 약 39억1638만원으로, 40억원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무늬만 제과점이어서는 안 되고, 부모의 30년 이상 실제 경영과 후계자의 승계 준비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유혜림 기자 / 김혜리 세무법인 HKL 부대표 세무사]

[단독] 정부 보증 받고 1년도 안 돼 폐업한 기업만 한해 3000개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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