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잔액 현황’
8월 말 기준 13조7592억원…전년比 6280억↓
지출 압박 더욱 증가할 전망…공공 공급 확대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9만가구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핵심 자금줄인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이 최근 몇 년 새 7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저축 해지로 기금 수입은 줄어든 반면, 정책대출과 임대주택 건설 등 기금 투입 사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의 효율적 운용과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연도별 운용잔액 및 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잔액은 13조7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4조3872억원)과 비교해 8개월 새 약 6280억원 감소한 수치다.
청약통장 등을 통해 조성되는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은 주거 복지, 주택 공급 등에 활용되는 예산이다. 기금의 여유자금은 서민 정책모기지 공급, 공공주택 건설 융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위변제 등에 즉각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비상금 성격의 유동성 자산이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기금 여유자금 고갈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2021년 48조9825억원에 달했던 여유자금 잔액은 2022년 28조7225억원, 2023년 18조8663억원으로 급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한 2024년에는 10조1022억원까지 떨어지며 5년 새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14조3872억원으로 반등하긴 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여유자금이 급격히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저축 가입자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는 올해 8월 말 기준 2574만명으로 2022년 8월(2856만명) 대비 282만명 줄었다. 이는 분양가 상승과 당첨 가점 경쟁 등으로 청약 메리트가 떨어지며 통장을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입은 줄어든 반면, 기금 지출 부담은 확대됐다.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피해자 지원과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 수요 증가,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 공공주택 융자 지원 등 기금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 해지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인구구조적으로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출생 여파로 청약통장에 새로 유입될 젊은층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향후 청약저축 납입금을 통한 기금 수입 증가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기금 지출 압박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공공주택 119만가구 공급계획을 밝힌 만큼, 기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임대,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공공임대 공급 확대를 위한 자금 집행이 본격화하면 여유자금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한정된 재원으로 주거복지 취약층을 질적으로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정밀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기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선 기존 지출 구조의 낭비 요인을 줄이고 사업 우선순위를 정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정된 기금 여력을 고려해 공공주택 공급 목표와 정책금융 집행 속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6.05%로 집계됐다. 국내주식형·국내채권형·해외주식형·해외채권형·대체투자 등 중장기 운용 수익률이 7.45%로 지난해 말(7.47%) 대비 소폭 하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국내주식형 수익률은 76.03%로 전년 말(96.34%)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낮아졌고, 국내채권형 수익률도 2.70%에서 0.93%로 떨어졌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공공주택 대량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집을 지을 곳간은 해마다 비어가고 있다”며 “재원 마련 방안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공급 목표는 결국 발표문 속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는 기금 운용 계획과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부터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예산처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 평가 보고서’에도 주택도시기금 채권형 자산이 기준 수익률을 밑돌고 대체투자도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운용사 인력 관리도 문제로 지적돼 수탁기관으로서 보다 기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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