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5.2%대… 금리, 지수 이익수익률 웃돌아

주식 투자 위험 감수한 대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금리 2%→5%면 10년 뒤 이익 가치 25% 하락

AI 빅테크 채권 발행 쏟아져 금리 내려오기 어려워

그래도 시장은 차분…채권도 안전한 피난처 아냐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내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AFP]
뉴욕증권거래소(NYSE) 장내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1년 동안 공부하고 뉴스를 챙기며 굴린 끝에 주식으로 5% 수익을 냈다고 해보자. 뿌듯할 만한 성적이다. 그런데 옆자리 친구는 같은 기간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연 5.17%를 받았다. 친구는 차트를 볼 필요도, 실적 발표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원금이 깎일 걱정도 없었다. 내 수익률이 친구보다 낮다면 5% 수익은 성공이 아니라 손해에 가깝다. 같은 돈을 은행에 맡겼으면 얻었을 이자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은행 예금’의 역할은 미국 국채가 맡는다. 그중에서도 만기 10년짜리 미국 국채 금리가 기준이다. 미국 정부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이 금리는 아무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률(risk-free rate)로 통한다. 모든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은 이 금리 위에서 계산된다. 문제는 이 ‘예금 금리’가 주식이 줄 수 있는 수익률을 따라잡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이 줄 수 있는 수익률은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로 가늠한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주 금요일 비리니 어소시에이츠(Birinyi Associates)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주요 지수의 PER을 싣는다. 25일(현지시간) 기준 S&P500의 12개월 선행 PER은 19.94배였다. 이를 기반으로 이익수익률을 산출하면 5.02%가 나온다.

상가에 빗대면 이해가 쉽다. 19억 9400만원짜리 상가에서 연 1억원의 월세가 나오면 상가값은 연 월세의 19.94배, 수익률은 약 5.02%다. S&P500의 PER과 이익수익률이 바로 이 관계다. 쉽게 말해 월세가 오르거나 상가 가격이 떨어져야 수익률이 오른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167%였다. 세입자가 나갈지, 건물값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가가 확정 이자를 주는 예금보다 수익을 약 15bp(1bp=0.01%포인트)나 덜 주는 셈이다.

다른 지수는 사정이 더 나쁘다. 같은 날 WSJ 발표 기준 나스닥100 PER은 24.15배로 이익수익률이 약 4.14%, 러셀2000은 28.39배로 약 3.52%다. 같은 날 국채 금리와의 격차는 각각 100bp, 160bp를 넘는다. 24억1500만원짜리 상가(나스닥)에서 연 1억원이 나오는데, 같은 돈을 옆 은행에 맡기면 약 1억2500만원의 이자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격차를 시장에서는 일드갭(yield gap)이라 부른다. 주식의 이익수익률에서 국채 금리를 뺀 값으로, 투자자가 주식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얼마를 더 받는지를 보여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의 집계로는 지난 25일 S&P500 일드갭이 3bp까지 줄었다. 12개월 예상 PER 19.3배를 적용한 기대수익률 5.19%에서 10년물 금리 5.16%를 뺀 값으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집계 기준에 따라 일드갭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주식의 매력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재만 연구원은 지금을 채권 대비 주식 투자 매력이 “소멸되기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일드갭이 수백bp에 달했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에 비하면 위험을 감수한 대가가 사실상 사라졌다.

주식 누르는 금리, 아직 끝이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 왜 타격을 받는지는 수익률 비교로도 설명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미래 이익을 먼저 반영한다. 그런데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수익의 할인율이 그만큼 높아지면서 현재가치가 빠르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년 뒤에 1억원을 받는 권리가 있다고 하자. 연 금리가 2%라면 이 권리의 현재 가치는 약 8200만원이다. 8200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10년 뒤 1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5%로 오르면 현재가치는 약 6100만원으로 줄어든다. 10%면 3900만원 안팎, 2%일 때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이를 주식시장에 대입하면 이렇다. 어떤 기업이 10년 뒤 1억원을 벌 것이라는 전망이 그대로여도, 금리가 2%에서 5%로 오르는 것만으로 그 이익의 현재가치는 25%가량 줄어든다. 기업 실적에는 아무 일이 없는데 주가가 흔들릴 수 있는 이유다.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 돈의 현재 가치이니, 이익이 먼 미래에 몰려 있는 성장주일수록 충격이 크다.

금리가 쉽게 내려올 것 같지도 않다. 채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에 나선 빅테크의 채권 발행 규모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신규 발행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고 짚었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잉여현금흐름을 넘어서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들의 내년 자본지출(CAPEX)은 올해보다 31% 늘어난 1조 1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 금리는 계속 치솟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28일(현지시간) 5.242%로 5.2%를 넘어선 뒤 30일에도 5.232%로 5.2%대를 지켰다. 30년물은 25일 5.502%로 5.5%를 넘은 뒤 줄곧 5.5%를 웃돌았고, 30일에는 5.555%를 기록했다.

금리 수준 못지않게 오르는 속도도 시장을 긴장시킨다. 이정훈 연구원이 1990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10년물 금리가 6개월간 100bp가량 오르는 시점부터 주가 조정 확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4주 안에 10% 조정을 받을 확률은 전체 평균 18.4%지만, 6개월 상승 폭이 100bp 이상이면 22.0%, 125bp 이상이면 31.8%로 뛴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최근 6개월 저점 대비 약 80bp 올랐다. 이 기준을 최근 6개월에 적용하면 금리가 5.2~5.3%를 넘을 때 주가 부담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이정훈 연구원의 분석이다. 10년물이 이미 5.2%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시장은 이미 그 구간에 들어선 셈이다.

그래도 시장이 버티는 이유

그렇다고 “국채 금리가 5%를 넘었으니 이제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증시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미국 10년물 금리가 5%를 넘었던 가장 최근 사례는 2023년 10월인데, 당시 S&P500은 10.3%, 나스닥은 12.3% 조정을 받았다. 이번에는 같은 5%대인데도 S&P500이 3.2%, 나스닥이 4.1%가량 내리는 데 그쳤다.

차이는 경기 국면에 있다. 2023년에는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해, 장기금리가 치솟자 경기 전망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번졌다. 지금은 침체 우려가 거의 없는 국면이다. 경기가 금리 충격에 얼마나 민감한지도 관건이다. 지금 미국 성장을 이끄는 AI 투자는 시장 금리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부문이다.

채권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도 예전과 달라졌다. 높은 국채 금리가 곧 높은 투자 매력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일드갭 비교에서는 국채를 무위험 자산으로 놓지만, 여기서 ‘무위험’이라는 말은 이자와 원금을 떼일 위험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중간에 채권 가격이 떨어질 위험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17%라는 것은 지금 가격에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갈 경우 연평균 약 5.1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이 금리의 고점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값은 떨어진다. 새로 사는 채권이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데, 기존 채권이 같은 가격에 팔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기존 10년물 국채 가격은 7% 안팎 떨어질 수 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중간에 팔아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가손실이 그대로 실제 손실이 될 수 있다. 5%대 금리가 높아 보인다고 해서 장기 국채가 무조건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그 위험이 현실이 된 가까운 사례는 2022년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던 그해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로 구성된 지수는 30% 넘게 급락하며 안전자산이라는 통념이 무색해졌다. 부도 위험이 없다는 말과 가격이 안전하다는 말은 다른 얘기다.

주식에서 장기 국채로 옮겨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까지 노린다면 지금이 금리 고점 부근이라는 판단이 필요하다. 예상과 달리 금리가 더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우선 평가손실부터 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의 행동도 채권을 피난처로 대접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뛰는 국면에서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일이 잦아졌다. 주식이 빠질 때 채권이 받쳐 주던 공식이 흔들린 것이다. 채권이 방패 역할을 못 하면 투자자는 장기채를 들고 있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정훈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의 미국 장기 증권 매입에서 주식이 채권을 앞선 점을 들어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자산은 국채가 아닌 주식”이라고 밝혔다.

이를 이으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면 5%대 국채 금리를 매력적으로만 읽기는 어렵다. 시장 스스로도 채권을 안전한 피난처로 보지 않으니, 국채 금리가 주식의 이익수익률을 웃돈다고 돈이 채권으로 곧바로 옮겨 가지 않는다. 일드갭이 좁아졌다고 해서 주식 투자의 근거가 무너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성장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채권에서 받을 현금흐름은 정해져 있지만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수 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데 주가가 그대로라면 이익수익률이 높아지고, 주가가 이익 성장을 따라 오른다면 투자자는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상가 월세를 계속 올려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의 임대수익률만으로 투자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오늘의 5%는 주식의 수익률이 부족하다는 경고인 동시에, 앞으로 기업 이익이 그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정훈 연구원도 관건은 결국 성장이라고 봤다. 그는 “결국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중요하다”며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나면 시장의 관심이 AI 생태계가 높은 성장성과 수익화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지로 다시 옮겨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가 6~7%에 자금을 조달해 30%의 이익률을 남기고 매출 성장 속도도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 낙관에 조건이 붙는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시장이 5%대 금리를 버티는 이유로 버블 붕괴의 두 번째 조건인 ‘추세적 인플레이션’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기저 인플레이션이 강하지 않은 동안에는 시장이 “이란 문제만 해결된다면”이라는 희망을 쉽게 버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경기지표가 강하게 나온 점을 두고 “향후 인플레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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