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입맛을 잃은 환자에게는 밥 대신 단 음료나 영양 음료라도 마시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는 병을 일으키는 세균뿐 아니라 장 속에 사는 여러 세균까지 함께 죽여 장내 세균 생태계를 흐트러뜨린다.
그런데 항생제를 맞는 동안 단 음식과 음료를 많이 먹은 환자일수록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더 크게 떨어지고, 병원성 세균인 장구균이 더 불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2026년호에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조너선 펠레드와 뉴욕대 랭곤 헬스 요나스 슐루터 연구팀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혈액암 환자들이 먹은 음식과 장내 세균 변화를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
장내 세균 다양성 ‘뚝’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은 혈액암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피를 만드는 세포)를 넣어주는 치료다. 환자는 이식 전 강한 항암치료를 받는데, 입과 목이 헐고 메스꺼움과 식욕부진이 생겨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간 환자는 감염을 막거나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자주 맞게 된다. 그렇게되면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병원성 세균인 장구균이 불어나는데, 이런 변화는 사망 등 나쁜 경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7~2022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 173명이 입원 중 먹은 9419끼를 기록해 분석했다. 환자 158명에게서는 대변 시료 1009개를 받아 장내 세균 구성을 분석했다.
장내 세균 다양성은 장 속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세균이 고르게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설탕·단 음식·음료로 분류된 음식을 먹은 양은 그 자체로는 장내 세균 다양성과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항생제를 맞은 환자는 단 음식을 하루 평균 100g 더 먹을 때마다, 장내 세균 다양성이 항생제를 맞지 않은 경우보다 24.1% 더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콜라 355㎖ 한 캔에 든 당이 39g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2.6캔가량을 더 마신 양이다.
연구팀은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에게 당이 많이 든 영양보충제를 흔히 권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고 밝혔다.
단 음식과 항생제 같이 먹은 환자, 사망 위험 12%↑
장내 세균이 흐트러지면 이식 뒤 경과가 나쁘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당을 많이 먹은 환자가 항생제를 오래 맞을수록 사망 위험도 커지는지 살폈다.
당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은 환자는 항생제를 하루 더 맞을 때마다 사망 위험이 12% 높아졌다. 당을 상대적으로 적게 먹은 환자에게서는 항생제를 맞은 기간과 사망 위험 사이에 뚜렷한 관련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당분과 항생제에 따른 관계를 살펴봤다. 쥐에게 항생제를 한 번 주사하자 장 속 병원성 세균인 장구균이 100~1000배로 늘었다. 늘어난 장구균은 사흘째 정점을 찍은 뒤 엿새째 대부분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항생제를 맞은 쥐 가운데 먹이에 설탕을 섞어준 쥐는 설탕을 먹지 않은 쥐보다 장구균이 사흘째 16.3배, 엿새째 33.4배 많았다. 항생제 없이 설탕만 먹인 쥐는 장구균이 늘지 않았다. 설탕 대신 포도당이나 과당, 과일 등을 먹여도 장구균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설탕이 장구균의 증식을 직접 돕거나 장구균을 억제하는 다른 장내 세균의 기능을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연구팀은 환자들이 이미 상태가 나빴던 것이 실험 결과에 섞였을 수 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항생제 치료 중 당 섭취를 제한하면 장내 미생물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1077-3
논문 정보 : Dai, A., Ballweg, A., Jogia, W. et al. Sugar-rich foods exacerbate antibiotic-induced microbiome disruption. Nature (2026).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