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로즈 텍사스대 교수 ‘장애의 발명’

‘장애=일할 수 없는 몸’은 일종의 ‘발명’

산업화 진행…장애인, 노동시장서 배제

번스틴·포드 사례처럼 노동시장 편입돼야

[챗GPT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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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반드시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노동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라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봤을 때, 비생산적이고 사회 의존적이라고 여겨지는 장애인은 ‘2등 시민’으로 취급되며 사회적·경제적 시민권을 박탈당해 왔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처음부터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것일까.

역사학자이자 장애학 연구자인 세라 F. 로즈 텍사스대 교수는 신간 ‘장애의 발명’에서 ‘장애=일할 수 없는 몸’이라는 도식은 급변하는 시대의 조건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발명’이라고 일갈한다. 산업화와 도시화, 가족구조의 변화, 공공정책의 부작용 등이 엮이면서 장애인을 일터에서 밀어냈다는 것이다. 장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 몸에 부여한 의미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의 발달 장애인 수용소의 역사를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배제됐는지 살핀다. 1851년에 설립된 뉴욕주립백치수용소는 당시 ‘백치’라고 불렸던 뇌성마비, 뇌전증뿐 아니라 갑상선 기능 저하, 고열로 인한 인지 장애 등 광범위한 손상을 가진 사람들을 ‘덜 부담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가정에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운영됐다.

하지만 19세기 초반 우생학이 창궐하면서 이들은 치료할 수 없는 존재라 여기며 보통(?) 사람들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 산업구조가 농장 기반에서 임금노동 기반으로 바뀌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볼 수 있는 가족 내 역량이 악화됐다. 이에 수용소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다시 주류 노동시장에 편입되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수용소 책임자들은 주정부의 예산을 더 받기 위해 수용자들을 ‘생산성이 부족하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으로 평가해 퇴소를 막기도 했다.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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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장애를 입은 사람이나 그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산재보상법’은 오히려 주류 노동시장에서 장애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산재보상법은 장애의 다양성과 시간에 따른 가변성을 포괄할 수 없기에 영구적인 장애를 가지게 된 노동자들의 장기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심지어 고용주들에게는 장애 노동자를 배제할 재정적 유인책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1920년대에는 노동자를 고용하기 전에 신체검사하는 것이 관행이 됐고, 그 과정에서 장애가 발견되면 고용을 하지 않았다.

물론 모두가 장애인이 모든 노동에 부적합하다고 보진 않았다. 찰스 번스틴 롬주립보호수용소 소장은 수용자들을 농장 업무나 가사 노동 등의 업무를 맡겨 노동시장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는 지금의 그룹홈(Group Home)과 같은 콜로니 시스템과 조건부 퇴소 프로그램을 도입, 수용소 인원의 3분의 1인 700여명을 콜로니에 입소시켰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수용자들은 농장에 취업하거나 가정부로 일자리를 얻어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번스틴 소장은 수용소의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입소 대기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포드자동차는 기계화 공정에 장애인 인력을 시스템적으로 활용했다. 신체검사를 활용해 장애 노동자도 비장애인 동료만큼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다. 타사 고용주들이 신체검사를 ‘여과기’로 사용할 때 포드는 ‘분류기’로 활용한 셈이다. 덕분에 포드자동차는 이직률이 높은 업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이 줄었고, 심지어 충성도가 높은 직원들이 많아지는 효과를 봤다.

이같은 일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는 아직도 비생산성과 동의어로 여겨진다. 미국의 사회복지 정책들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시민권을 노동능력과 단단히 결부시켜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의 자리를 사실상 지워버려서다. 하지만 저자는 “번스틴이나 포드의 사례처럼 다양한 수준의 능력을 갖춘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고용주에게 반드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이점이 될 수도 있다”며 정책의 실패를 그저 옛날이야기가 아닌, 다른 미래를 ‘발명’하는 데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의 발명/세라 F. 로즈 지음·김승섭 옮김/동아시아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