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공장이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면 노동자의 처지도 나아진다. 경제학 교과서가 100년 가까이 유지해 온 전제다. 기업이 더 벌면 임금이나 근무 여건으로 일부가 흘러간다는 논리다.
방글라데시 벽돌 가마 246곳에서 이 전제를 실제로 실험해 보자 생산성은 분명히 올랐지만 노동자에게 돌아간 보상은 없었다.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제123권 제29호에 미국 스탠퍼드대 그랜트 밀러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아프라지트 마하잔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산성이 오르면 보상도 많아질까
연구팀은 방글라데시 쿨나 지역 6개 군의 벽돌 가마 246곳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2022~2023년 동안 벽돌이 생산됐고, 2023년 3~5월에는 노동자 1442명을 개별 면담했다.
방글라데시에는 지그재그 가마라 불리는 비공식 벽돌 가마가 8000곳가량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4위 벽돌 생산국이다.
연구팀은 석탄을 가마에 넣는 방식과 생벽돌을 쌓는 방식을 변경하는 간단한 방법을 공장에 알려줬다.
연구팀은 한 그룹에는 이 기술만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는 기술과 함께 “노동자에게 보상을 주면 새 방식이 더 잘 정착한다”는 정보를 추가로 전달했다. 임금 인상, 보너스, 보호장비 지급, 아이들을 위한 학교 시설 같은 구체적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나머지 한 그룹은 아무 개입 없이 자료만 수집했다.
신기술을 통해 연료비는 대조군보다 9.6% 줄었고, 비싸게 팔리는 1등급 벽돌 비율도 8.1% 늘었다. 비용은 줄고 수익은 커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늘어난 수익 중 일부가 노동자에게 보상으로 제공됐는지를 살펴봤다.
이를 확인하려면 노동자들이 애초에 어떤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지부터 재야 했다. 연구팀은 2023년 3~5월 가마 한 곳당 6명씩, 노동자 1442명을 주인과 사르다르가 없는 자리에서 따로 만났다.
노동자 5명 중 1명이 인신매매 피해자로 분류됐다
면담 결과 가마의 49.6%에서 6명 중 최소 1명이 인신매매 피해자 기준을 넘겼다. 전체 노동자로 따지면 약 20%다.
연구팀은 미국 국무부가 만든 인신매매 판정 도구를 썼다. 모집 방식, 이동의 자유, 빚, 폭력 등 7개 영역 39개 항목을 점검해 일정 조건을 넘으면 피해자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노동자의 70%가 보호장비 없이 일하고 있었다. 71%는 근로계약서가 없었고, 42.4%는 이동이나 연락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심지어 5%는 아예 자유가 없다고 밝혔다.
임금이나 수당을 떼인 경험은 11.8%, 채용 과정에서 속았다는 응답은 6.4%로 나타났다. 개인 공간을 상시 감시당한다는 응답도 3.7% 나왔다.
아동노동은 더 흔했다. 가마의 70% 이상에서 어른 노동자들이 아이가 일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14세 미만 아동을 봤다는 응답이 나온 가마도 20%였다. 대부분은 14~17세였다.
연구팀은 신기술로 공장의 수익이 늘었지만 인신매매 지표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분석 결과,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공장 노동자의 주당 임금은 3811타카(약 4만5000원)였고, 신기술을 적용한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오히려 30타카(약 350원)가량 낮았다. 차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이다.
숙소, 휴게 공간, 상수도 화장실, 보호장비, 보너스, 여비 등 19개 항목을 따로 확인한 결과도 같았다. 어느 항목도 의미 있게 개선되지 않았다.
빚 때문에 도망칠 수 없다
연구팀은 원인으로 사르다르라 불리는 중개인을 지목했다.
사르다르는 노동자를 모집하고 현장에서 감독하며 가마 주인과 노동자 사이를 잇는다. 대개 노동자와 같은 마을 출신이다.
연구팀이 밝혀낸 현지 노동 시장은 사르다르가 어느 기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선급금을 준다. 노동자는 이 돈을 갚기 위해 벽돌을 굽는 가마에 들어온다.
노동자가 막상 가마에 도착하면 조건은 듣던 것과 다르고 임금은 빚을 갚는 데 쓰인다. 그만두려 하면 보복을 암시하는 말이 돌아온다. 가족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도 강제노동이 존재하는 시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짧은 기간 동안 벽돌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것이라는 한계를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073/pnas.2528388123
논문 정보 : G. Miller,D. Biswas,A. Mahajan,K.S. Babiarz,N. Brooks,J. Brunner,S. Ashraf,J. Shane,A. Scarabosio,S. Maithel,S. Ahmed,M. Mahzab,M.R. Uddin,M. Rahman, & S.P. Luby, Productivity gains and work conditions in coercive labor markets: Experimental evidence from the Bangladesh brick sector, Proc. Natl. Acad. Sci. U.S.A. 123 (29) e2528388123.
dbsdn1110@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