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트레이더 (1) 초파리에게 비트코인 모의 매매 맡겨보니

초파리 뇌 전체의 배선도가 공개되면서 PC 안에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보는 시도가 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가상 초파리에게 게임시키거나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헤럴드경제는 기자가 공개된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차례로 싣는다. 매매는 모두 모의 거래로 진행했으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증권가에는 눈을 가린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고른 종목이 전문가 못지않은 성적을 낸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시장을 맞히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헤럴드경제가 실제 초파리 뇌의 배선을 통째로 베낀 가상 뇌를 컴퓨터에 올려 비트코인 매매를 맡겨 본 결과, 신경세포 13만여 개를 거친 판단은 한 줄짜리 규칙을 정해 자동으로 사고판 성적을 넘지 못했다. 매매는 전부 실제 돈이 아닌 모의 거래로 했다.

초파리는 어디선가 나타나 짜증을 유발하는 벌레지만 과학계에서는 100년 넘게 쓰인 대표 실험동물이다. 사람의 질병 관련 유전자 가운데 약 75%가 초파리에도 비슷한 짝을 갖고 있어 초파리는 암부터 노화, 수면 연구까지 폭넓게 쓰인다.

초파리. [게티이미지뱅크]
초파리. [게티이미지뱅크]

1933년 토머스 헌트 모건은 초파리로 유전에서 염색체의 역할을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배시, 마이클 영이 초파리로 생체시계의 분자 원리를 밝혀 같은 상을 받았다.

이런 초파리도 뇌 속은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이었다. 초파리 유전체 전체는 2000년에 이미 해독됐지만 신경 구조를 한눈에 담은 그림은 없었다.

초파리 뇌 신경망. [플라이와이어]
초파리 뇌 신경망. [플라이와이어]

초파리 뇌가 공개됐다

그런데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 9편에서 과학자들은 초파리 한 마리의 신경세포 13만 9255개 전부와 그 연결 5450만 개를 담은 첫 완전한 지도를 발표했다.

뇌 속 신경세포가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빠짐없이 그린 이 배선도는 ‘커넥톰(연결체)’이라고 명명됐다. 양귀비씨만 한 초파리 뇌에 담긴 신경 배선을 이어 붙이면 길이만 149.2m에 이른다.

지도를 완성한 곳은 국제 연구단 ‘플라이와이어(FlyWire)’다. 연구진은 초파리 뇌를 7050장으로 얇게 썰어 전자현미경으로 2100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초파리 뇌 세포 13만 9255개 전체. [플라이와이어]
초파리 뇌 세포 13만 9255개 전체. [플라이와이어]

인공지능(AI)이 사진 속 신경세포를 먼저 따라 그렸고, 연구자와 게임처럼 참여한 시민들이 AI가 실수하거나 오류를 만든 부분을 고쳤다. 2019년부터 이들이 교정에 쓴 시간은 합쳐서 33인년이다. 연구를 이끈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는 AI가 없었다면 5만 인년 가까이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3인년은 한 사람이 33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하거나 33명이 1년 동안 작업해야 하는 양을 뜻한다.

이에 미국 스타트업 이온 시스템즈는 지난 3월 초파리 뇌 시뮬레이션을 가상 몸에 연결해 가상 초파리가 걷고 몸단장을 하고 먹이를 찾게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모의 매매에 쓴 초파리 뇌 회로. 냄새 감지 세포(초록)에서 버섯체(주황)를 거쳐 출력 세포(빨강)로 이어지는 연결 3만9491개를 선으로 그려 낸 모습.
비트코인 모의 매매에 쓴 초파리 뇌 회로. 냄새 감지 세포(초록)에서 버섯체(주황)를 거쳐 출력 세포(빨강)로 이어지는 연결 3만9491개를 선으로 그려 낸 모습.

차트를 초파리에게 냄새로 보여줬다

플라이와이어가 공개한 초파리 뇌 배선도를 바탕으로 실제 뇌처럼 작동시키는 슈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설정을 그대로 얹어 집에 있는 PC에서 직접 돌려보니 계산 속도부터 발목을 잡았다. AI 연산에 흔히 쓰는 그래픽카드로 계산을 빠르게 하려 했지만 연산에 특화된 제품이 아니라 오히려 55~430배 느려져, 컴퓨터의 기본 두뇌인 중앙처리장치로 계산했다.

슈 연구팀의 모형은 ‘누설 적분 발화(LIF)’ 방식으로 비유한다면 신경세포를 바닥에 작은 구멍이 난 양동이처럼 다루게된다.

이 방식은 신경세포가 보내는 흥분 신호가 포착되면 양동이에 물을 붓고, 억제 신호가 오면 물을 퍼낸다. 물이 일정 높이를 넘으면 신경세포는 신호를 한 번 내보낸 뒤 양동이를 비우고 가만히 두면 구멍으로 물이 조금씩 새어 나가게 된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쌓아 신호를 보낸 뒤 스스로 초기화하는 직관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초파리 뇌. 색깔로 칠해진 부분은 매매 실험에 쓴 회로, 회색은 나머지 신경세포다.
초파리 뇌. 색깔로 칠해진 부분은 매매 실험에 쓴 회로, 회색은 나머지 신경세포다.

해당 모형으로 13만여 개 신경세포를 한꺼번에 돌리면 특정 감각 신경세포를 자극했을 때 그 신호가 배선도를 따라 어디로 퍼지고 결국 어떤 신경세포를 켜는지 추적할 수 있다.

차트를 읽지 못하는 초파리가 알아듣도록 시장 자료를 냄새 신호로 바꿔 후각 수용 신경세포 2282개에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와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신호로 주입했다. 가격 변동 폭과 거래량도 다른 냄새 신호로 넣었다.

냄새 신호는 초파리의 학습·기억 중추인 ‘버섯체’로 흘러든다. 생김새가 버섯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버섯체에 들어온 냄새 신호는 케년 세포 5177개가 받는다. 케년 세포는 냄새마다 어떤 세포가 켜질지가 달라 일종의 ‘냄새 바코드’처럼 쓰인다. 이 바코드를 버섯체가 읽어 초파리 뇌의 다른 곳으로 전송하게 된다.

실제 초파리에서 버섯체는 냄새를 맡은 초파리가 그쪽으로 다가갈지, 피해 달아날지를 정하는 데 관여한다. 이 원리를 매매에 옮겨서 초파리가 먹이 냄새에 다가가는 반응은 ‘매수’로, 멀어지는 반응은 ‘매도’로 적용했다.

윤창빈 기자
윤창빈 기자

한 줄짜리 단순 규칙이 초파리를 이겼다

매매에는 비트코인 15분봉 자료를 썼다. 15분마다 한 번씩 가격 차이 냄새를 맡은 초파리 뇌가 사고팔지를 정하는 방식이다.

초파리 뇌는 차트를 해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과거 자료에 있는 수많은 가격 차이를 초파리 뇌에 하나씩 냄새로 맡게 하고, 가격 차이에 따라 버섯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록해 표를 만들었다. 실제 모의 매매에서는 새로 들어온 가격 차이에 초파리 뇌가 보인 반응을 만들어 둔 표와 비교해 보고 사고팔지를 정했다.

이후 초파리 뇌를 바탕으로 매매한 성적을 비트코인을 사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들고 있는 경우와 무작위로 사고팔았을 때 나오는 성적,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곧바로 매매하는 한 줄짜리 단순 규칙과 비교했다.

모의 매매 결과, 초파리 뇌는 세 기준 가운데 어느 하나도 넘지 못했다. 가격 변동 폭을 알려주는 신호를 하나 더 달아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가상 뇌는 같은 자극에도 반응이 매번 조금씩 흔들리는데, 이 흔들림을 바로잡기 위해 한 번에 16번씩 돌려 평균을 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줄짜리 단순 규칙으로 진행한 모의 매매가 7.86%의 수익을 냈다. 초파리 뇌는 -16.42% 손실이 났다. 같은 시점에서 매입한 뒤 보유만 했을 경우 -12.25% 손실이었다.

윤창빈 기자
윤창빈 기자

비트코인 거래의 경우 시장가로 한 번 사고팔면 수수료와 호가 차이를 합쳐 거래 금액의 0.116%가 빠져나간다. 100만원어치를 사고팔 때마다 1160원이 사라지는 구조다.

15분마다 사고팔지를 정하는 초파리 뇌가 이익을 내려면, 거래할 때마다 0.116%보다 큰 이익이 나는 순간을 골라내야 한다. 그런데 초파리 뇌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수익을 본 거래가 많았지만 수수료를 포함하면 손해를 보는 매매를 반복했다.

다만 이번 초파리 매매에서 사용된 방법은 기초 모형을 다룬 방식이라 실제 초파리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판단을 내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 자료를 냄새로 바꾸는 방식도 실험 설계에 따라 정한 것으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 자료를 번역해 초파리에 주입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이어진 실험에서는 매매로 번 돈과 잃은 돈을 초파리 뇌에 보상과 불이익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어떤 신호가 돈이 되는지 직접 배우게 했다.

공개된 초파리 뇌로 ‘가상 초파리’를 만들어 직접 코인 매매를 맡겨 본 기록을 4주간 토·일요일 연재합니다.

초파리 트레이더

dbsdn11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