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지방 첨단산업 투자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반도체(호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충청), 피지컬 AI(영남)를 축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투자 규모는 1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핵심 산업 투자를 영남·충청·강원·제주·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다극화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집중이 지속될 경우 성장의 성과가 구조적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나 당초 후공정 중심으로 검토되던 호남 투자를 전공정 팹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유사한 논의가 이어진 바 있다. 지역 분산 효과를 내려면 협력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이 모두 필요한 전공정이 필수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역소멸과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지역균형발전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지역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역의 소비와 투자 기반도 약화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과밀화로 주거비 상승과 교통 혼잡 등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 결국 젊은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이 산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방 이전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만 TSMC도 북부 신주에 집중돼 있던 반도체 산업을 중·남부로 확장하면서 고용과 인구 유입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입주한 충남 아산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시설 확충으로 인구가 약 20만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젊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피지컬 AI, 로봇,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가 나려면 정부의 전폭 지원이 필수다. 반도체 산업만 해도 전력과 용수, 인재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호남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전력 안정성 문제가 있고, 용수 역시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 인프라 비용을 최대 100% 지원하겠다고 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가 앞서선 안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다. 그래야 지역에 사람이 모이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저성장 구조를 돌파하고 국토 균형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문제를 풀어낼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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