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올해 경영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반면 경영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8.4%에 그쳤다. 자영업자 10명 중 약 6명꼴로 장사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에 대해서는 동결 의견이 44.6%로 가장 많았고 인하 의견도 13%에 달했다. 응답자의 59.2%는 이미 추가 고용 여력이 없다고 했고, 86%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앞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경영 악화를 호소한 비율은 도소매업이 66.3%, 숙박·음식점업이 65.8%에 달했다. 특히 자영업자 34%는 자신의 월평균 소득이 현재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업주 3명 중 1명이 정작 본인은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폐업까지 고려하게 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5.2%가 “이미 한계 상황”이라고 답한 것도 예사롭게 넘기기 어렵다.
사업이 어려워진 것은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사업장당 평균 매출은 지난해보다 1.89% 늘었지만 비용 지출은 3.36% 증가했다. 결국 이익은 2.6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년 전보다 1.09%포인트 떨어졌다. 팔기는 팔아도 남는 돈은 줄어든 것이다. 원재료비, 임대료, 금융비용 증가까지 안 오르는 게 없다보니 점점 벼랑끝으로 몰리는 것이다.
실제 현장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의 연체 대출은 14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6% 증가했다. 지난해 말 9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던 연체액이 다시 급증한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 360만여개 가운데 50만개는 이미 폐업 상태로 집계됐다. 폐업 사업장들의 평균 대출 잔액은 6400만원을 넘는다. 수익이 줄어든 사업장이 빚으로 버티다 결국 폐업에 이르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서는 대규모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인근 상권 매출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 지역 상권의 매출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반도체 호황이 아직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 논의도 이런 현실을 고려한 선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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