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 합의문 전문 공개
트럼프, 17일 MOU 앞당겨 서명
핵 포기·제재 해제 협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따라 19일 스위스로 예정됐던 대면 서명식에 앞서 합의가 사실상 발효됐다.
미국과 이란은 19일부터 본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MOU에는 미국이 이란에 재건비용 3000억달러(약 465조원)를 약속하고, 합의 이행에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 무료 개방은 본협상이 진행되는 ‘60일까지만’으로 제한돼,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앞서 이란과의 MOU에 전자 방식으로 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합의문 실물 문서(hard copy)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MOU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밴스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각각 MOU에 전자서명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켜봤다. 이날 서명 주체의 ‘급’을 높여 트럼프 대통령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실물 문서에 서명하면서 MOU는 사실상 이 시점부터 효력이 발효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오는 19일 서명식이 별도로 열릴지는 미정이며, 이날부터 스위스에서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 대표단과 갈리바프 의장이 대표인 이란 대표단이 본협상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실물 문서에 서명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날 공개된 MOU 전문은 총 14개항으로 구성됐는데, 양국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군사작전 종식과 60일 내 최종 핵합의 협상 개시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자유롭게 개방되고 통행료가 전혀 없을 것”이라 장담했던 호르무즈 해협은 본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만 무료임이 확인됐다. MOU 제5조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60일 동안만 아무런 비용 없이(with no charge for 60 days only)’ 개방될 것이라고 명시됐다. 이란 측 협상단장인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이란 국영TV에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이란과 국제사회의 입장차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3000억달러 규모의 재건 비용과 합의 이행에 따른 제재 해제, 원유 수출 허가 등도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MOU 제6조에는 “미국은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해 최소 3000억달러 규모의 최종적이고 상호 합의된 이란 재건 및 경제 발전 계획을 개발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7조에는 미국이 최종 합의에서 정해질 일정에 따라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이 타국으로의 이전 후 폐기를 주장했던 이란의 고농축우라늄(HEU) 처리도 제8조에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다”는 내용과 함께 “비축된 농축 물질의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최소한의 방법은 IAEA의 감독 아래 현장에서 희석하는 것으로 한다”고 정리했다. 이란 측 요구를 상당히 수용한 모습이다.
MOU 제10조는 합의문 서명과 동시에 미국 재무부가 이란의 원유, 석유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11조는 동결된 이란의 자산 해제 절차도 추후 협상 과정에서 합의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를 “99%의 확률로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핵무기로 가는 길을 막는 벽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똑바로 행동한다면 사람들이 이란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건 계획의 이행 가능성도 높였다.
동결 자산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우리 돈이 아니라 이란의 돈”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묶어 놓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아마 돌려줘야 할 것”이라며 협상 및 합의 이행 과정에서 자산 동결을 해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폭격할 것”이라며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협상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미국은 2주, 3주, 4주 더, 심지어 2년간 더 많은 폭탄을 투하했을 수 있다”며 “내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보장해주는 듯한 내용이 명시됐고,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향후 본협상으로 미뤄놓은 형태의 MOU는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들이 그것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란이 약간 보유하지 못하는 건 좀 불공평하다”라고 말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