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각국 정부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게임에 참여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뛰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각국 정부가 기업 투자 유치에 나서고, 필요하면 직접 압박까지 가하는 ‘전면 경쟁’ 국면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보조에 머물러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지원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산업 전반을 묶어 지원하는 ‘제네럴한 정책’은 한계에 이르렀고, 기업별 상황에 맞춘 ‘핀포인트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업의 전략과 위치가 다른데 일률적 지원으로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정책을 보다 정밀하고 실효성 있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지금 글로벌 산업 현장은 ‘국가 대항전’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 투입과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 전기차, 로봇,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은 물론 소재·장비 공급망까지 내재화하며 기술 굴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자금을 쏟아붓고 자국 제품 사용을 사실상 강제해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로 자국 중심 공급망을 재편 중이고, 유럽 역시 탄소 규제로 역내 기업 보호에 나섰다. 경쟁의 규칙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앞장서 길을 열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함은 분명하다. 전략 산업에 대해선 과감한 지원과 신속한 정책 결정으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정부가 ‘플레이어’로 나서는 것 못지않게,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 혼란은 방치할 수준을 넘었다. 법의 핵심인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조차 모호하다. 기업이 사고를 막기 위해 하청 노동자의 안전 관리에 나서면 사용자로 간주돼 노조와 교섭 의무를 지게 되고, 반대로 이를 피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안전을 지키면 노사 분규에 휘말리고, 이를 피하면 처벌 위험에 노출되는 모순된 구조다.
노봉법 시행 이후 단기간에 수많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 요구가 쏟아지고 있고, 교섭 참여를 요구하는 집회 과정에서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를 시행 초기의 진통으로 치부하며 방치할 일이 아니다.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혼란이 커지면 정부의 산업 지원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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