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년 뒤 대만보다 1만달러 이상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의 흐름을 타고 있는 두 나라의 양상이 딴판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7412달러로 대만(4만2103달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2014년부터 12년째 3만달러대에 그쳐 있는 반면, 대만은 2021년 3만달러 돌파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4만달러에 올라설 전망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양국 격차는 2027년 5000달러대에서 2030년 9000달러 수준으로 확대되고, 2031년에는 1만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거시 지표도 엇갈린다. 대만은 고성장·저물가의 이상적 조합에 가까워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대만 성장률 전망을 7%대로 상향하면서 물가는 2% 이하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 성장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저성장·고물가’ 압박에 직면해 있다. 고환율까지 더해 구매력 기준(PPP)으로 보면 격차는 이미 3만달러 가까이 벌어져 있다.

대만의 질주는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경쟁력에 있다. 특히 AI(인공지능)붐을 타고 미국 빅테크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반도체 호황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일찌감치 설계·파운드리에 집중해 기술을 고도화해온 결과다. 여기에 설계·장비·소재 분야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를 이룬 점도 큰 힘이다. 정부 역시 세제 지원과 인프라 투자로 이를 뒷받침했다. 반도체 호황이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메모리 중심이다. 반도체 호황에도 그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중소·중견기업이 생태계에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아서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은 마이너스이거나 제자리걸음이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AI·바이오 등 신산업 역시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정 업황에 따라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둔화하면 투자를 끌어내야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각종 규제와 불확실성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 지연, 경직된 노동시장, 입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반도체를 국가 안보차원에서 과감히 지원하는 대만과 대비된다. 대만 역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업황 변화에 취약할 수 있지만 꾸준히 산업생태계를 키우는 노력은 차이가 있다. 대만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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