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구급차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에 앞선 차량들이 망설임 없이 길을 터준다. 구급차 이동 경로에 맞춰 신호는 연달아 바뀌고, 주변 차량에 즉시 우회로가 안내된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도로 상황에 맞춰 신호시스템이 작동하고 운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모습, 우리가 그려온 미래 도시의 한 장면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도시문제에 대응하기에 현실적 변화는 느리고 절차는 복잡하다. 현실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에는 각자의 이해관계나 분야별 우선순위가 다르다.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감정적 판단을 넘어,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도시가 필요한 이유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AI 시티’는 이러한 필요를 현실에 녹여낸 핵심 정책이다. 교통, 안전, 에너지 등 도시에 흩어진 분야별 정보를 연결하고, 도시 운영자들의 컨센서스를 반영한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대응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면 신호체계가 가동되어 긴급차량이 지체 없이 통과하고, 시민들은 별도 조작 없이도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을 안내 받는 자율형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구상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첫 단계가 바로 ‘AI 특화 시범도시’다. 혁신 기술이 실제 도시 공간에서 막힘없이 구현되도록 탄탄한 실증 기반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제도적 한계와 규제들은 현장 맞춤형으로 차근차근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데이터 활용의 거점인 ‘도시지능센터’를 고도화하고, 산·학·연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AI 기술이 우리 삶의 현장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도록 지원할 것이다.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작업도 함께 병행한다.「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을 시대 흐름에 맞게 정비하여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원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혁신의 물꼬를 트는 중이다. 실증 과정에서 확인된 기술적·사회적 과제를 지체 없이 제도에 반영하고, 기술의 진보와 제도의 속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긴밀하게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인공지능의 판단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영역이 많은 만큼,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안전성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우려되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 역시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해 나갈 것이다.

모든 정책의 성패는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에 달려 있다. 출근길이 더욱 여유로워지고, 일상의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삶의 변화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서비스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다.

‘K-AI 시티’는 첨단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성 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효율화하는 과정이다. 실증을 통해 확인된 기술이 우리 삶 에 온전한 일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정부는 제도와 기반을 끊임없이 보완하며 세밀하게 챙겨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인공지능이 도시의 심장이 되어 시민을 위해 뛰는 미래,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정의경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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