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메이드 인 유럽’을 전면에 내건 산업가속화법(IAA)을 공개했다. 자동차·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전략 산업과 풍력터빈 같은 친환경 산업에서 공공조달과 보조금지급 시 역내 생산 요건을 강화하고, 전기차는 부품 70% 이상을 EU에서 생산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U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14%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실상 산업 장벽을 높이고 자국 중심 산업 보호를 선언한 셈이다.

IAA에 따르면, 기업이 EU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EU산 부품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대규모 외국 투자의 경우 역내 근로자 채용 비율과 기술 이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제조업체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차량 부품의 최소 70%를 EU에서 생산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정도 포함돼,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가진 기업이 역내 산업에 1억유로 이상을 투자할 때는 역내 근로자 비율 50% 이상, 외국인 지분 49% 이하 조건이 붙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조치를 통해 역내 제조업 비중을 높이고, 자동차 산업에서 예상되는 60만개 일자리 감소를 막고, 다른 산업 부문에서 15만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EU가 논란 끝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원산지 조건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으려면 조립 생산 조건을 충족해야 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에 연간 11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로 주력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체코 등 현지 생산 거점이 있지만, 보조금 요건으로 부품 70% 이상을 유럽산으로 요구할 경우 공급망 전면 재편이 불가피하다.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은 곧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판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철강과 알루미늄도 공공조달 요건을 맞춰야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번 IAA는 표면적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을 겨냥했지만, 한국 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한·EU FTA 정신에 어긋나는 차별적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법안 통과 전 외교적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도 유럽 현지화 전략과 공급망 다변화 등 현실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운 시장 블록화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안이한 낙관 대신, 국익을 지키기 위한 치밀한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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