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금리·주택 매입 규제…정책 불확실성

가계부담 완화 드라이브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 제한과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 규제 등 시장 개입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면서, 친(親)기업·규제 완화 기조에 기대를 걸었던 월가가 예상 밖 정책 리스크에 직면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한 수사까지 겹치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용카드 이자율이 20~30%에 달해 미국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이를 1년간 최대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20일까지 신용카드 금리 상한을 오는 도입하고 싶다며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인 12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1.43%, 씨티그룹은 2.98% 하락하는 등 은행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은행정책연구소(BPI)와 미국은행협회(ABA) 등 금융업계 단체들은 금리 상한이 일부 소비자에 대한 신용 공급을 위축시키고, 규제가 느슨한 대안 금융으로 수요를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금리 상한을 강제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투자은행 키프 브루엣 앤드 우즈(KBW)는 의회 입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정부 계약 기업에 대한 압박이나 인수·합병(M&A) 심사 강화 등 카드사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우회적 수단이 나올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지는 ‘돌발 규제’는 주택 시장에서도 나왔다. 그는 지난 9일 대형 기관투자자의 단독주택 추가 매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이 여파로 블랙스톤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사모펀드 관련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을 하면서 친기업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은행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월가에 호재를 주기도 했다. 최근 예상 밖 규제를 잇달아 던지는 것은 그의 정책 목표가 물가안정과 경제활성화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경제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연일 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물가안정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택 가격도 더 내려가야 하고, 금리도 더 인하되어야 한다는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이 같은 전략에 ‘협조’하지 않는 연준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연준이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4.2%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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