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과 공식 브리핑서 대왕고래 추정량 삼성시총 5배 밝히기도
“학계 출신 관료 한계, 퇴임 관료 1년가량 행동 자제 오래된 불문율”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공무원을 조사하겠다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본부장이 두드러진 대외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관가가 숨죽이고 있다.
7일 관가에 따르면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지난달 21일 무역구제학회 주최로 열린 ‘2025년 무역구제 동계 학술 세미나’ 의 기조 발표자로 나섰다.
이 세미나는 산업부 무역위원회가 1200만원 후원으로 개최된 가운데 안 전 장관은 이날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하의 무역구제조치를 분석하고 우리기업의 대응방안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 안 장관이 기조연설한 날에 국무총리실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TF가 출범했다. 총괄TF는 49개 행정기관별로 설치되는 TF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다.
안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후 권한대행시절 한미무역협상 실무를 담당하고 체코원전 수출관련 미국 에너지부와 협의 책임자로 이재명 출범이후 김정관 산업부 장관 취임직전인 지난 7월21일까지 산업부를 이끌어왔다. 특히 윤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의 매장 추정량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삼성전자 시총의 5배에 이른다”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공식 브리핑했던 인사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월20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로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국회는 국정조사로 철저히 진상 규명하고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당 최고위원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언급한 인사가 이임한 지 5개월만에 산업부가 후원하는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대외활동에 나선 것이다.
안 전 장관은 윤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사업인 체코원전 ‘노예계약’ 의혹과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이끌고 비상게엄이후 권한대행시절 한미무역협상 실무를 담당했다는 점을 감안, 관가에서는 안 전 장과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역위 관계자는 “이 행사는 무역구제학회에서 기조연설자, 토론자 등을 선정하고 무역위는 후원만 했다”면서 “세부사항을 무역위에서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장관는 전임 장관이 아닌 학자로 기조연설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무역구제관련 전문가 영역이 다른 분야에 비해 좁다보니 학회에서 안 전 장관을 섭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인 지난 6월 11일 이임식을 가진 윤석열 정부의 두번째 통상수장이었던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각종 포럼 패널자 등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통상조약법 ) 제22조에는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이 법과 관련된 직무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무역협상에 참여했던 이들이 대외적으로 협상당시 일화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학자출신으로 정무직 관료에 입성했던 것으로 퇴직이후에도 품위 유지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장차관들이 떠나면 적어도 1년여는 본인이 있었던 부처의 구체적 정책에 대한 언급이나 패널자로 참석하는 것을 자제해왔다”면서 “이것은 관가의 오래된 불문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6개월도 안 되서 전관들이 언론, 공개행사에서 구체적 정책에 대해 이것 이렇게, 저것 저렇게 하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면서 “결국 전 정부에서 본인들이 이 정부보다 더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계 출신 관료들이 범할 수 있는 실수이지만 현재 헌법존중 총괄 TF가 가동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처들은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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