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간으로 뉴스 기사 텍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월별로 산출하는 ‘경제불확실성(EPU) 지수’가 지난달 214.08로 나타나 9월의 166.33보다 28.7%(47.75) 올랐다. 이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2월, 역대 최고인 472.29까지 치솟았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4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하향세였다. 한미 통상협상 합의안 발표가 지연되고 환율·증시·부동산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KDI는 전반적 경기 진단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9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경기 둔화’(5월)→‘미약한 상태’(6월)→‘낮은 수준’(7월)→‘소비 여건은 부분적으로 개선’(8월)→‘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 다소 완화’(9월) 등 최근 몇 개월간 낙관적인 뉘앙스가 짙어졌다. 그러나 실물 흐름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유지했다. KDI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는 유지됐으나 미국 관세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며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 또 ‘건설업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진단했으며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제외하고 미약한 흐름’ ‘고용여건도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KDI는 아울러 ‘신용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주가 급등에 따른 경계감과 통상 불확실성으로 주가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은 ‘1년 내 코스피 6000’까지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난주(3~7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주간 기록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7일 야간 거래에서 1460원마저 뚫었다. 정부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조치를 4개월 새 두 차례나 냈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출범 초기 기대감과 맞물린 경제 관련 일부 지표의 ‘반짝 호조’에 취하거나 안심해선 결코 안된다는 경고가 곳곳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부진·둔화한 실물 경제 흐름을 반전시키고 금융·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켜 불확실성을 낮추는데 온힘을 모아야 한다. 당장은 한미 협상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기업의 혁신 지원과 규제혁신, 자본시장 합리화의 일관된 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를 흔드는 일 없도록 국회와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민생·경제 입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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