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고용·성장 동시 위축”
전문가들은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실업자 지원 등의 목적으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추경 집행이 지연될 경우, 조선업 실업자 5만명의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조선업계는 올해에만 실업자 5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울산·경남 등 지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추경을 집행하는데 통상 3∼4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미 늦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이 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규모에도 못 미치는데 집행까지 늦어지면 효과가 너무 떨어질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추진 자체가 크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의 난관을 타개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 교수는 “집행이 늦어지면 올해 성장률이 2%대 중반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추경 효과 자체는 0.2%포인트 내외지만,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다른 연계효과가지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2% 초반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경 처리가 늦어지는 건 국회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결국 추경을 집행하는 행정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경제연구부장은 “올해 추경은 무엇보다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가장 큰 타격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추경은 그 성격상 신속한 집행이 이뤄져야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추경이 타이밍을 놓치거나 무산될 경우 경제 위기가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과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하반기 경기 전망은 어둡다”면서 “추경의 시기를 놓치게 되면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위축될 우려가 있다. 추경 편성에 대해 여야 모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만큼 추경이 가능한 빠른 타이밍에 집행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2분기 예산의 조기 집행, 소비 진작책은 3분기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성장력 약화에 대비하기로 한 것인 만큼 추경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 심의가 늦어지면 내년 본예산 심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심의가 9월로 넘어가면 본예산 심의인지 추경 심의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며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늦춰지면 추경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