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가 철강산업의 과잉 설비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놨다. 저부가·고탄소 제품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부가·저탄소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철강은 한국 제조업의 뼈대로 ‘산업의 쌀’로 불려왔다. 그러나 지금 세계 시장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탄소 규제 강화, 공급 과잉, 기술 경쟁 심화 속에 더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할 때다.
정부는 우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철근·형강·후판 등 범용 제품의 감산을 유도하고, 자동차·조선·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에 쓰이는 고강도·고내식 철강에는 세제와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국과 제품군이 겹치는 범용 철강재를 과감히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장 자율에만 맡겨온 구조조정 논의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 철강업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감산 대신 저가 수출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철근과 강판이 국내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51년 만에 적자를 냈다. 범용 철강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철강제품에 고율 관세를 잇따라 부과하고 있다. 수출 내수 모두 막막한 상태다. 업계는“앞으로 5년이 생존을 가를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부가·저탄소 전환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특수탄소강 기술개발에 2000억원,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세계는 이미 저탄소 경쟁에 들어섰다. 유럽은 ‘그린 스틸’을 내세워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고, 일본은 초정밀 합금과 전기강판으로 고급 수요를 장악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 탄소를 줄이지 못한 제품은 아예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곧 수출경쟁력이다. 전기로 확대, 안정적인 스크랩(고철) 공급망 구축, 청정수소 확보 등 생산 인프라를 신속히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지역 경제 충격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다. 철강산업이 몰려 있는 포항·광양·당진 등은 지역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철강이 떠받치고 있다. 정부가 지역경제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고용 충격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부담을 지역사회 홀로 떠안게 해선 안된다. 철강산업은 여전히 한국 제조업 근간이다. AI 기반 생산관리, 스마트 안전 시스템, 초고강도 신소재 개발 등으로 미래형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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