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뮤지컬 오디션에서 배우를 캐스팅해왔던 직업 때문에, 필자는 종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를 맡아왔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무척 답답한 것이 하나 생겼다. 그건 바로 대부분의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토튠(Auto-tune)을 걸어 방송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오토튠. 녹음된 가창 목소리의 음정이 맞지 않을 때 이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술로 1997년 미국의 한 지구 물리학자에 의해 탄생했다. 이 기술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에는 왈가왈부가 많았지만, 이제는 ‘당신도 멋진 가수가 될 수 있다’라는 광고와 함께 일반인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쉽게 접하는 기술이 됐다. 음반·광고에서도 오토튠은 당연한 후보정 작업이 돼버린 이 시점에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웠고, 평생 라이브 무대에서 일해온 필자는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토튠 사용에 의문이 많다. 오토튠으로 출연자 모두를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방송을 내보내면 과연 시청자들은 어떻게 이들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을까. 거기에 공정한 잣대는 있을까.

라이브 무대에 서는 음악인들은 오롯이 자신의 실력 하나만 갖고 편집도 후보정도 없는 무대에서 평가받는다. 성악가나 뮤지컬 배우의 경우 자세·호흡·발성을 몸에 익히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리고, 고음 한 음을 완벽히 내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연습실에 틀어박혀 그 음 하나만을 붙잡고 외롭게 싸운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 과정이 얼마나 혹독하고 지리멸렬한지.

그렇게 훈련한 뮤지션들은 부푼 꿈을 갖고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 선다. 그리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쇼맨십과 가창력을 선보이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방송이 나갈 때에는 오토튠으로 노래를 못하는 출연자까지 보정이 되니, 평생을 훈련한 뮤지션들이 이를 보면 얼마나 상심이 클까 싶다. 더군다나 오토튠 때문에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출연자에게 상패를 빼앗기고, 업계에서 ‘밥그릇’마저 빼앗기게 됐을 때, 그들의 분노는 얼마나 클까.

오토튠은 출연자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존중하지 않는다. 사람의 노래 목소리에는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미세한 떨림과 색깔이 있기 마련인데, 오토튠을 사용하면 이것이 다 깎여서 재미없고 평범하게 들린다. 분명 다 맞게 부르는데도 맛깔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오토튠이 듣는 기쁨을 빼앗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팀을 행사에 섭외하려다 웃지 못할 조건을 전해 들었다. 인터넷 중계를 하려면 반드시 음 보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브 공연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토튠으로 시작을 해 스타덤에 올랐으니, 이후 얼마나 많은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제약을 스스로 걸어야 했을까 싶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가창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오토튠으로 방송을 내보낼 때에는 반드시 ‘오토튠을 썼다’는 것이 명시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아예 ‘오토튠’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실력으로 무대에 서는 라이브 공연자들과 구분될 수 있게 말이다.

박칼린 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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