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 출시 때마다 수백 개씩 영업 할당 내려와 ‘곤혹’
-인사고과 반영돼 앱 설치 부탁하며 선물에 식사 대접하기도
-은행 간 모바일 경쟁 강화되면서 일선 직원들만 책임 가중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팔아오라고 할당을 내렸을 때는 할 말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때마다 뭐라고 부탁해야 할지 난감하다. 주위에서 IT 기업으로 이직했느냐고 묻기도 한다.”
1년차 은행원 조모(27ㆍ여) 씨는 요즘 애플리케이션 영업 때문에 걱정이다. 은행에서 일괄적으로 1인당 100개씩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오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이른바 ‘어플 영업’ 할당 100개가 내려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컸다.
그러나 은행이 올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다시 영업 할당이 내려왔다. 조 씨는 결국 가족과 지인의 스마트폰에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서 실적을 채웠다. 영업이 반복되자 조 씨는 주변에 선물까지 해가며 앱 설치를 부탁했다. 조 씨는 “친척들에게 앱을 설치해달라고 문자 돌리기도 민망하다”며 “동기 중에는 영업 때문에 자비로 밥을 사거나 선물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길어지는 저금리에 수익성이 약해지면서 은행들이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실적 할당을 은행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각종 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은행에 입사한 은행원 최모(28) 씨도 최근 은행에서 송금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애플리케이션 50개를 깔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최 씨는 대학 후배와 친척을 동원해 겨우 할당을 채웠지만, 얼마전 지점장과 선배로부터 80여개를 새로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결국 최 씨는 삼촌이 운영하는 일식집에 앉아 손님들에게 앱을 설치하고 자신의 추천인 번호를 눌러달라고 사정하기까지 했다. 동료 중에는 무작정 길거리에 나가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부탁하는 경우도 많았다. 최 씨는 “삼촌이 영업 내내 측은하게 바라보셨는데 자괴감까지 들었다”며 “영업이 끝나고 삼촌이 주는 맥주 한 잔에 눈물까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어렵게 은행에 들어가 친척들이 다들 축하해줬었는데, 이제는 또 영업하냐는 말도 한다”며 “영업 부담 때문에 나가겠다는 사람도 종종 본다”고 했다.
게다가 은행들이 앱에 추천인 번호를 입력하게 만들어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특히 ‘앱 영업’ 실적이 승진과 연봉계약에 중요한 직원 핵심성과·평가지표에 활용된다. 금융당국도 은행에 성과 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요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추천인 번호와 함께 앱을 설치해달라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은행은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가입자 유치가 과열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스마트뱅킹 이용자는 최대 680만명까지 늘어나는 등 은행의 모바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은행의 스마트뱅킹 이용자 증가율도 최대 24.5%를 기록하면서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 할당이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업계 경쟁이 과열돼 우리만 안할 수도 없다”며 “앱 출시 초반에 이용자 확보가 중요해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