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EU산 상품에 대한 15% 관세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 상대인 일본과 EU가 같은 수준으로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급해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8월 1일에 관세는 즉시 적용되며, 세관은 징수를 시작할 것”이라며 더 이상 유예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상호관세와 별도인 반도체 관세는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만일 한미 통상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31일로 예상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 장관의 만남이 시한 내 최종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당초 예고했던 기존 30%에서 절반으로 깎아 준 셈이지만, EU는 평균 4.8%의 기존 관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도입한 기본관세(10%)정도를 덧붙이는 ‘현상유지’ 수준의 선방이라고 자평했다. EU가 보장한 대가는 막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EU는 미국에 3년간 7500억달러 에너지 구매와 6000억달러 추가 투자, ‘막대한 규모’의 군사장비 구매를 약속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와 쌀·자동차 시장 개방,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등을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는 일본과 협상 타결 후 “시장 개방에 동의하는 나라에만 관세를 내리겠다”고 했고, “(일본처럼) 다른 나라도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쌀과 소고기, 일부 농산물 등 ‘시장 개방’의 명시적 약속과 일본에 상당하는 대미 투자 규모의 구체적 수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조선업 협력과 반도체 투자 등을 농산물 수입 범위와 규모, 대미 투자 수준과 연계된 ‘승부수’로 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경제연구원은 한미 협상이 실패하고 25% 관세가 적용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0.3~0.4%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마저도 경쟁 상대인 일본·EU의 관세 인하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우리 정부로선 ‘8월 1일 전 15% 이하 타결’을 ‘최후 방어선’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얘기다. 물론 조선·반도체 협력 등을 지렛대로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등을 최소한으로 막아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만큼, 조속한 합의에 총력을 기울이되 투자·협력 등 한미간 후속 논의의 설계와 피해 분야 업종에 대한 지원 및 보상, 근원적 경쟁력 제고 방안에도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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