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이민자 11만명·학생 등 50만명 영향권

이코노미스트 “美, 외국인에 적대국가 돼가는 신호”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리틀 아이티 지역에서 사람들이 미국 성조기들이 나란히 세워진 도로를 걷고 있다. [AFP]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리틀 아이티 지역에서 사람들이 미국 성조기들이 나란히 세워진 도로를 걷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개국에 대해 내린 입국 금지령이 9일(현지시간) 오전 12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 발효됐다. 입국금지령이 본격 시행되면 이민자와 유학생 근로자 등 60만명이 미국 입국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보수 성향의 연구기관 케이토 연구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입국금지령으로 인해 향후 4년 동안 11만6000명의 이민자와 학생과 임시 근로자 등 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금지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입국이 금지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차드, 콩고공화국, 적도기니, 에리트레아, 아이티,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12개국이다. 이와 함께 브룬디, 쿠바, 라오스, 시에라리온, 토고,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은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1기 집권 당시 시행했던 입국금지령을 부활시킨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선언문에는 이란 등 12개국 국적자는 오는 9일부터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합법적 영주권자, 기존 비자 소지자, 특정 비자 범주 및 미국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입국자는 예외적으로 입국이 허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1월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과 북한 국적자에 미국 입국을 금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입국금지령은 불법체류자를 줄여 테러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상 국가 선정 기준이 정책 취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작 불법체류자 수가 많은 서방 국가들은 금지 명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미 콜로라도주(州) 볼더에서 이집트 국적자 모하메드 솔리만(45)이 친이스라엘 행사 현장 근처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개방적 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금지 대상 국가에선 이집트는 제외됐다.

입국금지 대상국에서 제외된 콜롬비아의 경우 약 4만명이 관광 및 단기 취업 비자 기한을 초과했지만 입국이 금지되지 않았다. 브라질 역시 2만1000명이 비자 기한 초과에도 입국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금지령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며 “불법체류자 수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입맛대로 입국 금지 국가를 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나머지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금지령이 법원을 통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을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우방국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가속화한다고 선언했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입국금지령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면밀히 따져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입국금지령은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며 “단지 출입국 관리상의 조치만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을 억류하고 대도시에서의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행보와 더불어 미국이 점점 더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국가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