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평균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 24.7조…23개월 만에 최대

6월 5일 하루 거래대금 29.2조…446거래일 만에 최대치

이재명 정부 이틀간 外人 2조 이상 순매수…환율 하락 영향도

대체거래소 안착도 수급 강화에 긍정 요소로

“저평가 韓 증시 추가 상승 가능성…정책 수혜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틀 만에 코스피 지수가 100포인트(p) 이상 치솟으며 28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이 24개월래(來)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급이 개선된 게 K-증시 랠리를 이끈 셈이다.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 후 6개월간 지속됐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새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의지와 자본시장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에 외국인 투자자까지 공격적으로 매수세에 가세하며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9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6월 일평균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24조71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3년 7월 27조174억원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불과 3거래일에 불과하지만, 지난 2월(21조1782억원) 기록한 올해 월별 일평균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최고 기록도 넘어섰다. 지난달 20조5348억원으로 일평균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20조원대를 회복한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의 일간 거래대금을 살펴봤을 때도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후 분위기가 확연히 차이 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첫날이던 지난 4일 하루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26조4131억원으로 6·3 조기 대선 직전 거래일(6월 2일, 18조5751억원)보다 7조838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5일 하루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29조1644억원으로 30조원 선에 육박했다. 이는 주요 이차전지주가 일명 ‘배터리 개미(이차전지주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초강력 순매수세를 바탕으로 ‘역대 최고가’ 랠리를 펼쳤던 지난 2023년 8월 1일 30조3893억원 이후 446거래일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수급을 기록한 것이다.

강력한 수급 덕분에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21포인트(1.49%) 오른 2812.05에 장을 마쳤다. 전일 71.87포인트 오늘 것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 이틀 만에 113.08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가 장중 28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18일(2824.35)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6.02포인트(0.80%) 오른 756.23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적 변동성 리스크 해소 후 외국인 투자자의 본격적인 국내 증시 순매수세에 주목한다. 외국인은 지난 5일 하루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945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4일(1조1313억원)까지 더하면 이재명 대통령 집권 첫 이틀 만에 2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이다.

지난달 9개월 만에 월간 기준 국내 증시에 대해 순매수세로 전환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그 강도를 더 높이는 상황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 중이란 점도 외국인 투자자에겐 환차익으로 연결, 국내 증시 자금 유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단 평가도 있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4.5원 내린 1359.6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50원대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10월 15일(1355.9원)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이 밖에도 정규시장뿐만 아니라 프리마켓·애프터마켓 등을 운영하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안착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 수급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6월 일평균 NXT의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7조553억원으로 17조6623억원을 기록한 한국거래소(KRX) 거래대금의 39.95%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당분간 국내 증시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수급 개선세와 더불어 정책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49%) 오른 2,812.05에, 코스닥은 6.02포인트(0.80%) 오른 756.23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49%) 오른 2,812.05에, 코스닥은 6.02포인트(0.80%) 오른 756.23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 강화 정책 등 새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최우선 산업군으로 꼽은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지원 강화, 기업 규제 완화, 대규모 추경 등이 투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공약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제시했고, 증시 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취임 2~3주 안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공언하면서 정부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강하게 주가에 반영 중”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BR은 0.86배로 과거 평균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수준”이라며 “정책 모멘텀과 외국인 수급이 맞물릴 경우 밸류에이션 정상화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조선·방산·원전’ 등 기존 주도 업종에서 ‘반도체·지주’ 등 시총 상위주로 확산되는 모습”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2800선에 안착했지만,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다.

한편, 단기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등세를 보인 만큼 차익 시현 매물이 출회돼 조정받을 수 있단 관측도 있다. 여기에 1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거나, 미국채 10년물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확인될 경우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단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증권가에서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관련 압박 강도도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업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 개선 없이 정책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