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뺑소니 사건 맡았다가 해임

26만 구독자 유튜버 “변호사가 김호중 국민 밉상 만들어”

법원 “인신 공격…250만원 배상”

소송비용은 변호사가 95% 부담

가수 김호중 [뉴시스]
가수 김호중 [뉴시스]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 변호를 맡았다가 해임된 이호선 변호사가 자신의 능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유튜브에서 한 유튜버 A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이에 이 유튜버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이 변호사가 2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유튜버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은 “유튜버 A씨가 2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있는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잠적했다가 17시간이 지난 뒤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음주운전 의혹은 부인했으나 CCTV 영상 등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사고 10일 만에 음주 사실도 인정했다.

당시 이호선 변호사는 김씨 부친의 소개로 이 사건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김씨 부친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이 변호사의 아내가 김씨의 팬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버님께서 연락을 주셨다”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계셔서 무료 변론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 속기록에 따르면 김씨 부친은 이 변호사 측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변론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김씨 사건의 사건번호를 노출했다. 사건 관계인의 실명과 사건번호를 알면 법원 ‘나의 사건검색’을 통해 재판 일정, 변호임 선임 내역, 검사와 피고인 측이 제출한 서류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버 A씨는 이를 비판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20여개의 영상을 올리며 “이 변호사가 대형 사고를 쳤다”고 밝혔다. 유튜버 A씨는 “변호사가 사건번호를 노출하는 건 대형사고”라며 “이 변호사가 김호중을 국민 밉상으로 만들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느냐”, “김호중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김호중은 이 변호사를 해임했다. 김씨의 소속사는 “김호중이 직접 선인한 변호사가 아니다”라고 해임한 사유를 밝혔다. 소속사 측은 처음부터 아버지의 개입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결과, 이 변호사는 유튜버 A씨를 상대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이 변호사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단, 배상액은 250만원이었다.

1심 재판부는 “사건번호는 개인정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튜버 A씨는 이 변호사가 김씨의 개인정보를 노출했다는 영상을 지속·반복적으로 올렸다”며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반복했다”고 했다.

이어 “해임 과정과 무관하게 변호사로서 능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며 “이 변호사가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최대한 빨리 사건번호를 가렸음에도 유튜버 A씨가 이를 반복적으로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튜버 A씨의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나 이 변호사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인신공격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단, 위자료의 액수는 250만원으로 제한했다. 법원은 “유튜버 A씨가 올린 영상의 갯수(20여개)와 구독자 수(26만명), 각 영상의 조회수(최대 4만 5000회)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 비용은 이 변호사가 95%를, 유튜버 A씨가 5% 부담하도록 했다. 유튜버 A씨는 현재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5월,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2심 판결에 대해 김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며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