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연결’ 지향하는 다채로운 축하공연
13개 아프리카국 대사 참여한 패션쇼 ‘눈길’
대사 부인들이 마련한 각국 음식체험도
“끝없는 역동성과 다양성 어루어져”

[헤럴드경제=김희량·정호원 기자] 나팔꽃 같은 소매와 검은 자수가 새겨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코사족의 연노랑 드레스, 대형 금은빛 문양이 박힌 연둣빛 한복이 함께 무대의 중앙에 등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와 신디스와 음쿠쿠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아프리카의 전설적인 가수 미리엄 마케바의 ‘파타 파타’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연대를 상징하는 패션쇼의 장면마다 관객들이 보낸 박수와 환호가 현장을 가득 메웠다.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미디어그룹·주한아프리카대사관 연합(AGA)·한·아프리카재단 공동주최 ‘아프리카의 날 2025 기념 비즈포럼’의 백미는 아프리카 13개국과 한국의 전통의상을 한자리에서 만난 패션쇼였다. 마치 미니 올림픽 개막식을 보는 듯한 화려한 런웨이가 서울의 한복판에서 20분 동안 펼쳐지며 다채로운 아프리카의 매력을 전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방송인 샘 오취리 씨는 이날 특별히 참석해 가나의 전통 천인 켄테(Kente)를 입고 관객과 소통했다. 그가 검은 별이 그려진 국기와 함께 손을 흔들자 곳곳에서는 촬영을 위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며 호응했다. 금속 장신구와, 아프리카의 전통 모자 ‘코피아’ 등 형형색색의 전통의상이 어우러진 무대는 한 폭의 조각보처럼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아프리카재단의 김영채 이사장 부부, 샤픽 하샤디 주한 아프리카 대사단장(주한 모로코 왕국 대사), 아프리카 각국 대사들이 직접 모델로 등장해 나라별 대표곡에 맞춰 선보인 이번 패션쇼는 올해 새롭게 기획됐다. 행사 내내 실내를 가득 채운 박수 소리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추구하는 화합의 메시지에 힘을 더했다.

아프리카 연합의 대표곡과 애국가가 연달아 연주되며 시작된 이날 행사는 각국 대사와 언론계 및 정부 인사 등 800여 명의 내빈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는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김영채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 김일범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우리 측 인사와 에미 제로노 킵소이 주한 케냐 대사, 엔쿠비토 만지바쿠라무사 주한 르완다 대사 등 대사급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로비에 마련된 포토월에서는 각국의 전통의상을 갖춰 입은 참석자들이 “Thank you for coming.(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어깨를 맞대거나 포옹하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1부 행사는 국악인 박애리 씨가 부르는 ‘아리랑’과 현대가요에 맞춘 팝핀현준의 현란한 댄스와 함께 막을 올렸다. 팝핀현준은 “힙합과 전통이 만난 저희 부부의 공연처럼 한국과 아프리카가 서로 소통과 화합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협력 증진을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한 의견들이 적극적으로 개진됐다.

2부에서는 축하공연과 패션쇼, 아프리카 음식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아프리카인 단원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인사이트’ 합창단이 2002 한일월드컵 주제가 ‘챔피온스’를 한목소리로 부르자 통합과 화합의 마음이 객석에 전해졌다. 2절 부분에서 서로의 언어(한국어와 스와힐리어)로 가사를 바꿔 부를 때에는 감동이 배가 됐다.
이날 지자체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아프리카와 지방 정부 간의 교류 또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라며 “나라 간 교류를 넘어 더욱 활발한 연결과 연대를 기원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랜드볼룸 밖 라운지에서 각국 대사의 부인들이 대사관 소속 셰프들과 함께 손수 준비한 각국의 전통 음식들이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현장에서는 생선을 토마토, 야채와 요리한 잠비아식 멸치볶음 카펜타(Kapenta), 옥수수로 만든 앙골라의 푸푸(fufu) 등 평소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각양각색의 이국 요리를 맛보기 위한 긴 줄이 1시간 가까이 끊이지 않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알제리 대사관 소속 셰프인 벨지엄 씨는 “견과류, 대추야자, 가정식 반죽을 활용한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빚어 가져왔다”면서 “유럽과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을 가진 알제리식 요리의 매력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라운지의 또 다른 공간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별 전통 생활 용품, 목각인형, 원두와 전통 차들을 전시해 오감으로 각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기한 전시품을 보며 관심을 보이거나 이에 대해 각국 대사관 직원들이 직접 나서 소개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나이지리아 대사관 직원인 무사 씨는 “아프리카의 전통과 문화를 이곳에 한데 모아놓았더니 장관이 펼쳐졌다”면서 “멋진 홀에서 음악과 아프리카 각국의 전통이 어우러져 즐길거리가 한가득이었다”며 참석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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