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기름 부은 ‘이준석에 당권 제안’
“부끄러움 모른다” 연일 공개 비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rcv.YNA.20250521.PYH2025052117460005300_P1.jpg)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친윤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뒷배로 호가호위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망상을 옆에서 자극하고 이용해서 나쁜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재점화된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윤들이 다른 당에 우리 국민의힘 당권을 주겠다고 당권 거래를 제안했다는 다른 당의 폭로가 나왔다”라며 친윤계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친윤계 일부 인사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게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개혁신당의 폭로에 대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그런데도 친윤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입장도 안 낸다. 못 낸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 전 대표는 “급기야 새벽 당내 친윤 쿠데타까지 일으켰고, 실패했다”라며 이달 중순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했다 무산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강제 단일화’ 시도도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실패했는데도 물러날 생각이 없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친윤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사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라며 “윤석열·김건희 뒷배 없어진 친윤들이 당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다른 당에서 믿을 것 같은가”라고 했다. 이어 “친윤들이 자기들 살자고 우리 당을 통째로 팔아넘기겠다는 것을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그냥 두고 보실 것 같은가”라고 덧붙였다.
친한계 인사들도 당권 제안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권을 그렇게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다음 총선에서 자기들이 쓸려 내려갈까 봐, 개혁 반대 세력으로 해서 쓸려 내려갈까 봐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숙주를 계속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친윤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의원도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에) 어떤 조건을 걸 수는 있다. 그런데 어떻게 당권 거래를 하나”라며 “정당의 존폐가 움직이는 문제를 당원의 뜻을 물어봐야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준석 후보 측에 단일화를 하자며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 대부분 친윤계 인사”라며 “이분들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 식의 말을 한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단장은 “이분(친윤)들은 한동훈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쥘까 봐 노심초사한다”라며 “차라리 이준석이 당권을 가져가는 게 낫다고 보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news-p.v1.20241216.e6b5efa99e874f6c868a68856822b286_P1.jpg)
당내에선 지난해 12·3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사태로 깊어진 양측의 갈등이 대선 정국을 거치며 깊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이 대선보다, 대선 이후 당권을 놓고 신경전에 돌입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 여권 인사는 “한동훈 전 대표는 구심점을 잃고 쪼개진 옛 친윤계를 ‘구태’로 청산하려 하겠지만, 영남에 뿌리를 둔 당의 기득권을 흔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는 대신, 독자적인 당원 가입 운동과 대선 유세에 나선 상태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부디 김문수 후보와 원팀으로 국민과 나라를 구하는데 함께 총력을 다해주길 촉구한다(나경원 의원)” “과자 먹으며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할 때가 아니다(안철수 의원)” 등의 지적이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단일화 무산 이후 유임된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구 친윤계를 공개 저격한 한 전 대표의 발언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하려다 철회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에서 소위 김건희 여사 라인을 타던 사람”이라며 “지난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고, 극좌 유튜버에게 저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나경원 의원은 작년 10월 제가 당대표로서 김대남의 공격 사주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해당행위라고 저를 공격했다”고 썼다.
전날에는 “나경원·유상범·유영하 의원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잘못을 감싸고 계엄을 사실상 옹호했던 분들이 돌아가며 당원들과 지지자들, 또는 저를 비난한다”라며 “그런 분들이 이재명과 제대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