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화 이후 가속된 개발과 자원 소비는 지구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기록적 폭염과 폭설, 대형산불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었다. 이제 기후위기는 산업과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왔다. 환경이 감내해 온 희생 속에서도 과학기술은 멈추지 않고 발전했고, 그 결실은 오늘날 ‘친환경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를 돌파할 열쇠로 떠올랐다. 탄소중립, 자원순환, 생태복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 기술은 환경 문제 해결을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대안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사장되기 마련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뛰어나도 판로 확보의 어려움으로 좌초되기 쉽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환경 기술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일수록 공공은 기술과 수요, 산업과 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가교이자 실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공공구매 확대, 수요처 연계, 수출 지원 등은 기술 시장 진입의 핵심 솔루션이며, 국내외 판로 마련이야말로 공공이 책임져야 할 현실적인 역할이다.
기술-공공-시장 간 연결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제46회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ENVEX2025)’이다. 오는 6월 11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ENVEX는 1979년부터 개최돼, 45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장수이자 최대 규모의 환경·탄소중립 기술 전문 전시회다. 수질, 대기 등 환경산업기술부터 탄소포집, 친환경 자동차 등 탄소중립 분야까지 국내외 우수 기술을 폭넓게 아우르며, 기업의 시장 판로 확대와 환경산업 발전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올해에는 13개국 26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해외 바이어, 공공기관 및 대기업 구매 담당자 등 4만5000여명 이상이 방문할 예정이다.
ENVEX의 강점은 기술 전시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외 바이어와의 1:1 수출상담, 중국 환경단지와의 기술 교류, 개발도상국 대상 B2G(Business to Government) 상담회를 개최해 해외 판로를 지원하며, 공공기관 구매 상담과 VC(Venture Capital) 투자상담회를 통해 국내 유망 중소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ENVEX는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산업으로 진입하는 기회의 장이자, 공공이 민간 기술을 시장화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노력이 단발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제도 속에서 지속가능한 구조로 정착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은 더 이상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에는 부담으로 여겨졌던 환경 분야가 이제는 기술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가능성을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친환경 기술의 시장화를 녹색전환의 핵심 과제로 삼고, 공공의 책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 원장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