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무역, 비관세 조치 등 6개 분야 협의…관련 동향 파악 목적

산업부 국과장, 나머지 관련 부처 사무관 각각 1명씩 구성…10명 이하 소규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와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의 감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국장급 실무 협의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등 의제를 중심으로 진행될 이번 협의는 사실상 6월 3일 한국 대선 전 열리는 마지막 한미 간 대면 협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의미있는 성과보다는 동향파악차원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양국이 공감대를 이룬 ‘줄라이 패키지(7월 일괄 합의)’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1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은 20일 출국해 워싱턴 DC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중심의 미국 대표단과 ‘2차 기술 협상’을 한다.

정부는 이날까지 범부처 협상단 구성을 마무리하는 한편 미국 측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부 의제를 정리하고 대응 전략을 가다듬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표단에는 통상 대응 주무 부처인 산업부 외에도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사무관급이 각각 1명씩 포함돼 10명 이내로 구성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워싱턴DC에 파견된 직원이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는 기재부와 산업부 외에도 외교부·과기부·국토부·환경부·농식품부·보건복지부까지 8개 부처 관계자 60여명이 참석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2’ 고위급 통상 협의부터 이달 16일 제주 한미 장관 협의에 걸쳐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의제를 압축해 본격적인 세부 이슈를 놓고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영국과 첫 무역 합의 도출, 중국과 ‘휴전’ 등 잇따른 최근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실무 협의에도 속도를 내 구체적인 ‘청구서’를 꺼내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 적자 해소를 대외 무역 정책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에너지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약속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그간 대한국 수출 장애 요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각종 비관세 장벽 이슈를 꺼내 들면서 한국의 양보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그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해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에서부터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문제,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까지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의지와 미국 측이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조선 중심의 전략적인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5%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품목 관세를 면제받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2+2’ 고위급 통상 협의 당시 미국이 정한 상호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인 7월까지는 합의를 이뤄내자는 ‘줄라이 패키지’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을 제외하고도 18개 주요 무역국과 동시에 협의를 진행 중이라 여력이 부족한 미국 측의 사정상 이번 실무 협의가 6월 3일 한국 대선 전 진행되는 마지막 대면 실무 협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무역 합의를 위한 여러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여부 논의도 현재 올스톱된 상태다.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비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하고 그동안 수차례 부침을 겪은 사업이다보니 차기정부가 결정하도록 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 통상 관계자는 “이번 출장단은 산업부 국과장이외 관련부처는 사무관 1명이 각각 포함돼 동향을 파악하는 차원”이라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에는 대표단 참석자 급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토부는 비관세개선 목록의 일환이었던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새 정부 출범 후인 8월 중 결론을 내기로 하는 등 20여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을 현 정부에서 결정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