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코리아헤럴드 GBF모임서 강연
“디자인이란 다른 이들을 사랑하는 것
비즈니스(Business)도 Loving others”
이강석 대우건설 대외협력단장도 강의
대우의 꿈과 GBF7기 원우들의 꿈 응원
대우써밋갤러리에서의 강연에 큰 호응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디자인이란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Design is Loving others)이죠. 비즈니스요? 똑같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좋은 비즈니스라고 믿습니다.”(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대우건설 써밋갤러리에서 열린 코리아헤럴드가 운영하는 글로벌비즈니스포럼(GBF)7기 강연장. 김 회장의 이같은 말에 대부분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원우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려하면서 공감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것이 디자인의 본질이며, 이는 경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말에 뭔가의 울림을 얻은 표정들이다.
김영세 회장(이하 디자이너로 칭함)은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다. 그는 우리나라 1세대 산업디자이너로, 최초의 가로형 휴대전화인 ‘애니콜’ 가로본능, 프리즘 형태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 등을 디자인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대는 그가 내놓은 걸작 중 하나다. 김 디자이너는 평창올림픽 슬로건인 ‘Passion Connected’의 콘셉트에 맞춰 다섯갈래의 줄기가 뻗어가며 위에서 하나로 만나서 오각형의 톱의 형태를 형성하는 조형의 디자인을 창조해 평창올림픽을 빛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2018 대한민국마케팅대상(The Prize of Entrepreneurship)을 수상했다. 김 디자이너는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06년 일본 경제지인 닛케이신문으로부터 ‘세계 10대 디자인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디자이너는 또 2013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들길(이촌역~국립중앙박물관 진입 255m의 지하도)을 태극과 사괘의 패턴을 모티브로 해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고, 이 나들길은 2013년 미국 IDEA로부터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디자이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GBF 원우들에겐 좋은 경영 팁으로 다가온 것이다.
김 디자이너는 ‘디자인이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며 사람을 울리는 것이 최고의 디자인인데, 이런 것은 경영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철학으로 무장하게된 이유도 공개했다.
꼬마 아들 덕에 새삼 깨달은 좋은 디자인
“사람을 울리는 게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것은 사실 아들 녀석 덕분에 깨달은 것입니다.”
그가 밝힌 스토리는 이랬다. 아들이 꼬마일때의 일이다. 아들이 글씨와 함께 나름대로 디자인 흉내를 내며 가족에게 ‘약속 쿠폰’을 내놨는데, 그럴듯 하더란다. 쿠폰에는 설거지를 하겠다, 청소를 하겠다, 안마를 해주겠다 등의 꼬마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약속들이 담겨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뿌듯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내놓은 쿠폰에 아내(김 디자이너의 부인)가 펑펑 울더란다. 쿠폰을 보니 ‘*Love!!*’란 큰 제목 글씨에 ‘좋은 아들이 되겠다’는 등의 글귀가 담겼고, ‘엄마 사랑해요 영원히~’라는 손글씨와 함께 하트 그림이 멋지게 그려져 있더란다. 그걸 보고 김 디자이너의 부인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그때 김 디자이너 역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아, 최고의 디자인은 사람을 울리는 것이구나.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을 울려야 겠구나. 그가 디자인 영역에서 추구하는 큰 그림은 그렇게 정해졌다.
또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 디자인하자’는 사고의 출발점 역시 그의 가족인 아내로부터 나왔다. 김 디자이너는 예전에 아모레퍼시픽 콤팩트를 디자인한 적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에 디자인 의뢰 요청을 받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을 단박에 풀어준 이가 바로 아내였다. “아모레퍼시픽 측에서 디자인 의뢰를 받고 계속 어떻게 디자인할까 장고하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국 공항에 내렸더니 와이프가 픽업하러 와 있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아내가 지나치듯 이렇게 말해요. “난 콤팩트 쓸때 두손으로 다 써야 해서 너무 불편하더라”. 이렇게 말이죠. 아, 퍼뜩 뭔가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그래, 두손 안쓰고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콤팩트를 디자인하면 되겠구나. 결국 그렇게 만든 그 디자인은 주효했죠.”

사랑하는 가족의 관점에서 가족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하다보니 그게 좋은 디자인이 되더란다.
김 디자이너는 이런 측면에서 GBF 원우들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 경영해 보세요. 그럼 정말 성공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김 디자이너는 강연 내내 자신이 쓴 책 ‘퍼플피플 2.0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내용을 인용하면서 디자인과 융합된 경영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상을 하며 돈을 벌고 상상을 하며 즐겨라 ▷어린애처럼 생각하라 ▷마켓셰어보다는 마인드셰어다 ▷소비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품을)만들어라 등의 구체적인 경영팁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시대의 경영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내놨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우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인공지능시대에 비즈니스 아퍼튜너티(비즈니스 기회ㆍbusiness opportunity)는 더 커집니다. 왜냐고요? AI시대는 많은 산업군 판이 새로 깔리는 것을 의미해요. 거기서 당황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매의 눈으로 기회를 찾는자가 결국 성공하는 것입니다.”
김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청중들을 향해 선문답을 던졌다. “비틀즈는 노래를 남기고, 피카소는 그림을 남기고, 잡스는 애플을 남겼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남길 것입니까?.”
GBF를 총괄하고 있는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는 “김 디자이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후학을 위한 최고의 멘토인데 우리 포럼 강연에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최고 산업디자이너의 한말씀 한말씀에 깊은 감동을 얻었다”고 했다. GBF 지도교수인 이남식 재능대 총장은 “오늘 김 디자이너의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 철학이 우리 기업 경영자들에게 큰 가르침이 됐을 것”이라며 “경영현장에서 좋은 비즈니스에 접목하면 매우 강력한 경영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GBF원우들 “훌륭한 경영팁 얻었다”
김 디자이너의 강연에 앞서 이강석 대우건설 대외협력단장은 ‘대우건설의 비전과 미래, 그리고 함께 가는 GBF7기 원우들의 꿈’을 응원하는 내용의 강의를 통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GBF=‘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물결’을 기치로 국내 영자지 1위 코리아헤럴드가 운영하고 있는 CEO과정의 글로벌비즈니스포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국내 언론사 최초로 주한 대사 및 글로벌기업 CEO, 정부 정책 결정자(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등) 및 각 분야 혁신가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최고위과정. 상하반기로 나눠 한해 두차례 운영되는 GBF는 현재 7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1기~7기를 합쳐 총 550여명으로 구성된 원우회는 각종 헤럴드 포럼 행사와 같이 하며 경제, 문화, 외교, 안보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와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 결실을 맺으면서 권위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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