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청년·金 중산층 타깃 ‘자산 형성’ 지렛대로 가상자산 제시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이재명(맨 위부터)·김문수·이준석 대선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맨 위부터),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사진 찍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이재명(맨 위부터)·김문수·이준석 대선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맨 위부터),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사진 찍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 [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연합, 신동윤 기자 정리]

[헤럴드경제=신동윤·신주희 기자] 6·3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이 친(親)가상자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K-코인개미’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청년층을 넘어 전 연령대 중산층이 가상자산 투자에 나선 상황에 관련 표심을 잡기 위해 가상자산 공약을 사상 최초로 대선에서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는 셈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나란히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비트코인로 대표되는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관련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그 일환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도 유도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로 ‘중산층 자산 증식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포함했다. 그는 당내 경선 때였던 지난달 27일 “정부 기관들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며 현물 ETF 허용을 함께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물 ETF를 도입하려면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허용할 경우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금융시장 안정성과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를 금지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당정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고, 양당 후보도 모두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련 정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물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는 별도의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 가입 없이 증권계좌만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돼 투자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나 퇴직연금 등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본격화되려면 신뢰성 있는 지수 산출이 필수적이다. 가상자산 지수는 특정 코인 및 여러 코인의 가격 흐름을 대표하는 수치로 ETF 운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한국거래소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지수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도 암호화폐 거래소 및 지수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지수를 산출하고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도 지수에 포함돼 있어 대표성과 안정성을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은 중앙 거래소가 없기 때문에 복수의 가상자산 거래소 가격을 조합해 평균화 지수를 사용할 전망이다. 해외의 경우 암호화폐 지수 제공업체 CF 벤치마크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함께 비트코인을 기초로 한 지수 ‘CF 비트코인 레퍼런스 레이트(BRR)’ 지수를 개발했다. BRR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복수의 거래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되며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규제를 받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외부에서 가상자산 관련 지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금융당국의 명확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당장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은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외에도 다각도의 산업 진흥 방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은 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날 첫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실무 논의에 돌입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대체불가토큰(NFT), 토큰 증권(STO)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범위의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 방향을 다룰 예정이다. 구체적인 가상자산 공약도 추가로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의원은 회의에서 “이용자 보호와 산업 육성이 조화를 이루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 가상자산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을 비롯해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 ▷기업과 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STO 법제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 ▷획기적인 과세 체계 도입 등의 방안이 담겼다.

주요 공약 중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시중은행 또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1대1로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데, 한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동시에 제휴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일부 은행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기존 원칙에서 후퇴하면 시장 독과점이나 자금 세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놓고는 대선 후보들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국내용 스테이블 코인을 아무런 전략 없이 만들자는 말은 현실 인식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이준석 후보는 지난달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되 비중을 너무 높이지 말고 ETF 등의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