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3차 공판

수방사 前 부관 이진우-尹 통화 증언

4차례 통화…“총 쏘라는 지시, 이건 아니다”

군인 증언에 눈 감은 尹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군용차를 타고 출동한 오상배 전 수도방위사령관 부관(대위)이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오 대위는 통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진술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군통수권자가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오 대위는 12일 오전 10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3차 공판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이 수방사령관에 취임한 2023년 11월부터 구속된 지난해 12월 16일까지 수방사령관 전속부관으로 근무했다. 오 대위는 12·3 비상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 운전관과 함께 군용차에 타고 국회로 출동한 인물이다. 12월 3일부터 4일 새벽까지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이 총 4차례 통화를 했으며, 현장에서 들은 내용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오 대위는 지난해 12월 18일과 같은달 20일 군검찰에, 26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첫번째 군검찰 조사에서는 통화 내용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9일 윤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듣고 20일 군검찰 조사에서부터 통화 내용을 진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석 변호사는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오 대위는 “피고인이 법리적으로는 옳은 일을 했을 거라 생각했고 책임을 질 거라고 생각했다.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제가 아는 사실과 달라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윤 전 대통령 측이) 생각과 많이 달라 당황했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냐”고 묻자 오 대위는 “대통령이 군인은 아니지만 군수통수권자로서 지휘관의 역할을 한다. 저는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4일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철수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난해 12월 4일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철수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중인 것을 인지하게 된 시점부터 자세히 말했다. 오 대위는 “첫 번째 전화가 왔을 때 이진우 사령관과 김용현 장관이 통화 중이어서 안보폰이 저에게 있었고 ‘대통령님’이라고 떠있어 명확히 인식한다”며 “매체를 통해 들었던 목소리와 같아서 (윤 전 대통령을) 알아들었다”고 했다.

오 대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과의 두 번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4명이서 1명씩 들처업고 나오라는 식으로 지시했고 이 전 사령관이 ‘알았습니다’라고 답했다. 병력이 들어가서 본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가마 태워서 나오는 이미지가 연상됐다”고 했다. 이어 해당 통화 내용을 듣고 “포고령이 관련되어 있고 대통령이 법률가니까 법리적으로 가능한가보다 생각했다”고 했다.

오 대위는 세 번째, 네 번째 통화 내용을 듣고는 적절하지 않은 지시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오 대위는 “(세 번째 통화 당시) 계속 본회의장에 사람이 늘고 있어 혼란해서 진입을 못하던 상황이었다.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라는 취지로 말씀했다”며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총을 허공에 ‘팡팡’ 쏴서 사람들이 겁에 질려있을 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됐다”고 했다.

국회의사당 정문과 국회 본회의장 입구를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이 막아서 진입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응을 강요했다는 취지다. 이어 검찰이 “이진우 전 사령관이 충격 받은 듯 대답을 하지 않자 대통령이 3~4번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 이런 식으로 말하자 이 전 사령관이 ‘네’라고 대답했느냐”라고 묻자 오 대위는 “그렇다”고 답했다.

오 대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에도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것은 ‘실제로 190명이 나왔는지 확인이 안 되니 계속해라’였다. 두 번째는 병력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반대를 해서 일이 안 풀렸다는 취지였다”며 “결의안이 통과되도 2번, 3번 계엄 하면 되니까 계속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또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증인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들었다는데 직접 지시한 게 맞느냐’, ‘증인 순서에 여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