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3차 공판
수방사 前 부관 이진우-尹 통화 증언
4차례 통화…“총 쏘라는 지시, 이건 아니다”
군인 증언에 눈 감은 尹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rcv.YNA.20250512.PYH2025051209760001300_P1.jp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군용차를 타고 출동한 오상배 전 수도방위사령관 부관(대위)이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오 대위는 통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진술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군통수권자가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오 대위는 12일 오전 10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3차 공판기일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이 수방사령관에 취임한 2023년 11월부터 구속된 지난해 12월 16일까지 수방사령관 전속부관으로 근무했다. 오 대위는 12·3 비상계엄 당일 이 전 사령관, 운전관과 함께 군용차에 타고 국회로 출동한 인물이다. 12월 3일부터 4일 새벽까지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이 총 4차례 통화를 했으며, 현장에서 들은 내용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오 대위는 지난해 12월 18일과 같은달 20일 군검찰에, 26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첫번째 군검찰 조사에서는 통화 내용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9일 윤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듣고 20일 군검찰 조사에서부터 통화 내용을 진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석 변호사는 “대통령은 체포의 ‘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오 대위는 “피고인이 법리적으로는 옳은 일을 했을 거라 생각했고 책임을 질 거라고 생각했다. 석동현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제가 아는 사실과 달라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윤 전 대통령 측이) 생각과 많이 달라 당황했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배진한 변호사가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냐”고 묻자 오 대위는 “대통령이 군인은 아니지만 군수통수권자로서 지휘관의 역할을 한다. 저는 부하를 버렸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중인 것을 인지하게 된 시점부터 자세히 말했다. 오 대위는 “첫 번째 전화가 왔을 때 이진우 사령관과 김용현 장관이 통화 중이어서 안보폰이 저에게 있었고 ‘대통령님’이라고 떠있어 명확히 인식한다”며 “매체를 통해 들었던 목소리와 같아서 (윤 전 대통령을) 알아들었다”고 했다.
오 대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과의 두 번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4명이서 1명씩 들처업고 나오라는 식으로 지시했고 이 전 사령관이 ‘알았습니다’라고 답했다. 병력이 들어가서 본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가마 태워서 나오는 이미지가 연상됐다”고 했다. 이어 해당 통화 내용을 듣고 “포고령이 관련되어 있고 대통령이 법률가니까 법리적으로 가능한가보다 생각했다”고 했다.
오 대위는 세 번째, 네 번째 통화 내용을 듣고는 적절하지 않은 지시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오 대위는 “(세 번째 통화 당시) 계속 본회의장에 사람이 늘고 있어 혼란해서 진입을 못하던 상황이었다.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라는 취지로 말씀했다”며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총을 허공에 ‘팡팡’ 쏴서 사람들이 겁에 질려있을 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됐다”고 했다.
국회의사당 정문과 국회 본회의장 입구를 시민과 국회 관계자들이 막아서 진입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대응을 강요했다는 취지다. 이어 검찰이 “이진우 전 사령관이 충격 받은 듯 대답을 하지 않자 대통령이 3~4번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 이런 식으로 말하자 이 전 사령관이 ‘네’라고 대답했느냐”라고 묻자 오 대위는 “그렇다”고 답했다.
오 대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킨 후에도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것은 ‘실제로 190명이 나왔는지 확인이 안 되니 계속해라’였다. 두 번째는 병력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반대를 해서 일이 안 풀렸다는 취지였다”며 “결의안이 통과되도 2번, 3번 계엄 하면 되니까 계속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또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증인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들었다는데 직접 지시한 게 맞느냐’, ‘증인 순서에 여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