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대 유지…“대체로 안정세”
경제전망 악화에 시장도 인하 전망
가계대출 관리 수준, 원화강세 흐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월, 3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국은행은 오는 29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미국이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를 강조하면서도 통화정책 대응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의 ‘관망 기조(wait and see)’를 유지한 반면, 한은은 저성장 위험에 대처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고 원화 강세 흐름으로 전환됐다는 점도 뒷받침되고 있다.
▶물가 안정 목표치 유지 중=8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2.1%로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같은 기간 2.1% 상승했다.
이러한 물가 동향에 대해 한은은 “대체로 안정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12월 1%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가 다소 뛰었지만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데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보면 기준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1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00원대를 넘보는 원/달러 환율과 다시 들썩이는 가계대출 등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지만, 이번에는 경기 부양 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금리라도 일단 더 낮춰 소비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하반기 인하까지 포함해 ‘연내 3회 이상’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인하 횟수를 늘려 금리를 더 낮출 필요가 있는지) 5월 경제 전망 때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지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역성장 탈출 시급=최근 경제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어 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확률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지난 2일 발간한 ‘5월 금융시장 브리프’에서 “한은이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물가 안정과 국내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장 1분기 우리 경제는 역성장했고 4월부터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타격도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0%대로 낮춰 잡았고 한은도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1.5%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관리 가능 수준 가계부채=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됐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에 대한 담보대출 승인 물량이 남아 있어 이달까지는 가계대출에 추가 반영될 여지가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원화 강세도 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8일 원/달러 환율은 1398.0원으로 개장했다. 이는 전날 주간 거래 종가와 같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9일(1394.7원) 이후 가장 낮아 약 6개월 만에 1300원대다. 김은희·정태일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