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 발표

노무제공자에 산재 예방활동 4억 지원...엔진오일 교체 지원

사망사고 2배 증가한 화물차주에는 지원 無...“형평성 어긋나”

알량한 ‘보여주기식’ 산재 예방 지원...“필요한 건 ‘독촉 방지’”

2024년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 827명...전년比 15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유상보험 의무화’ 및 ‘배달안전운임’을 요구하는 전국대행진에 앞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출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서 ‘유상보험 의무화’ 및 ‘배달안전운임’을 요구하는 전국대행진에 앞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출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산재보험기금으로 배달라이더 이륜차의 ‘엔진오일’을 갈아준다.

이들 배달라이더의 산재 사고가 증가한 만큼 산재 예방 차원에서 이들의 이륜차에 들어가는 소모품 교체를 지원하겠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는 산재 사망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다른 업종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데다, 실질적인 산재 예방효과도 거두기 힘든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화물차 산재사망 2배↑... 지원은 배달라이더에?

고용부는 30일 산재보상통계에 기반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을 발표하면서 노무제공자의 사업장외 교통사고가 다발하는 만큼 플랫폼 업체, 관계기관 등과 협업해 올해 총 4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노무제공자는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자나 노무수령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는 이’들을 일컫는다. 배달라이더나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근로자가 대표적이다.

고용부가 밝힌 4억원 규모의 산재 예방활동엔 안전띠 등 보호구 지원과 이륜차 구조·점검 방법 및 안전운행 교육 등 안전교육 이외에도 ▷이륜차 무상점검 ▷브레이크 패드·엔진 오일 등 소모품 교체 지원이 담겼다. 이 가운데 소모품 교체 지원에는 총 8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재원은 산재보험기금이다. 산재보험기금은 각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신해 100% 납부한다. 다만 ‘근로자가 아닌’ 배달라이더 등 노무제공자는 자신이 소속돼 있는 배달대행업체 사업주들과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경영하는 사업장내 근로자의 보수총액에 같은 종류의 사업에 적용되는 보험료율(산재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데, 배달라이더가 적용받는 보험료율은 1.48%다. 해당 요율은 광업(18.56%) 사업주는 물론 같은 노무제공자로 분류되는 화물차주(3.56%)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고용부의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체’ 지원은 오직 배달라이더 등에만 지원된다. 오히려 보다 많은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는 여타 사업장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 제공]

번지수도 어긋났다. 실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노무제공자 가운데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화물차주다. 화물차주 중 산재로 사망한 이는 2023년 22명에서 2024년 44명으로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배달라이더가 포함된 퀵서비스 기사의 사망사고는 38명에서 35명으로 외려 3명 감소했다. 그럼에도 정작 화물차가 아닌 이륜차 엔진오일 교체만 지원하는 이유는 화물차 엔진오일 가격보다 이륜차 엔진오일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엔진오일 공짜로 갈아주면 산재가 줄어드나?

배달라이더 사망사고의 주요인이 ‘이륜차 정비 부실’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지원이 ‘싼 값에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고용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배달라이더 사고의 주요인은 ‘독촉’이다. 실제 고용부가 배달라이더 562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배달 재촉을 요구받았고, 그들 중 50.3%가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반면 재촉 경험이 없는 라이더는 23.0%만이 사고를 경험했다. 전체 응답자 중 배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비율은 47%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한 노무사는 “배달라이더들은 욕설이 담긴 전화까지 받으면서 배달 독촉을 받는다”며 “그럼에도 신호위반과 같은 중과실은 범죄행위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절대다수의 배달노동자들이 폭언, 욕설이 담긴 배송 재촉을 받고 그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사실은 외면하면서 ‘엔진오일 무상교체’ 같은 알량한 지원을 산재 예방활동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현재 산업안전본부의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2024년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가 827명으로 직전 연도 812명보다 15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고사망만인율은 0.39‰(퍼밀리아드)로 전년 수준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328명(39.7%, △28명) ▷제조업 187명(22.6%, +22명) ▷서비스업 145명(17.5%, +5명) ▷운수창고통신업 138명(16.7%, +27명)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떨어짐 278명(33.6%, △8명) ▷끼임 97명(11.7%, +9명) ▷사업장외 교통사고 87명(10.5%, +1명) ▷부딪힘 80명(9.7%, +11명) 순이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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