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고래고기 후기 사진 재구성.[챗GPT로 제작된 이미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고래고기 후기 사진 재구성.[챗GPT로 제작된 이미지]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무슨 고기가 이렇게 비싸?’

한 접시 약 200~300g. 1~2인분 분량인 고기의 가격은 18만원. 비싼 고기의 대명사인 고급 한우의 가격도 웃돈다.

이 수상한 고기의 정체는 바로 ‘밍크고래’. 한 마리에 최대 1억원에 달해 ‘바다의 로또’라고 불릴 정도다.

비싼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 고래 포획은 불법.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그 개체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런데 실제 유통되고 있는 고래고기. 모두 ‘우연히’ 잡힌 것이 맞을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래고기.[네이버 쇼핑몰 갈무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래고기.[네이버 쇼핑몰 갈무리]

소비자는 쉽게 알 수 없다. 높은 판매가격을 노리고 고래를 불법으로 잡아 유통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

불법 포획이 반복되며, 실제 혼획되는 고래보다 시중에서 소비되는 양이 더 많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래고기 온라인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래고기.[헤럴드DB]
고래고기.[헤럴드DB]

16일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다수 수산업체가 밍크고래 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인지에는 ‘국내산’ ‘자연산’ 등 표시가 강조돼 있었다.

활발히 판매되고 있는 한 상품의 가격은 300g 기준 최대 18만원. 상품별 중량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0g당 약 4만~6만원에 달했다. 1등급 한우 등심 평균 소비자가격이 100g당 1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4~6배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래고기.[네이버 쇼핑몰 갈무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래고기.[네이버 쇼핑몰 갈무리]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적 조사나 구조·치료 목적을 제외하고는 누구든 고래류를 포획할 수 없다. 다만, 어업 과정에서 고래가 우연히 그물 등에 걸려 죽는 ‘혼획’ 사례가 발생할 경우, 고래를 판매할 수 있다.

그야말로 ‘바다의 로또’.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7월 울산 방어진수협에서는 혼획된 밍크고래 한 마리가 71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심지어 위판 가격이 1억원을 넘긴 사례도 있다. 지난 2024년 7월 강원 삼척 앞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는 1억1731만원에 위판됐다.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밍크고래.[울진해양경찰서 제공]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밍크고래.[울진해양경찰서 제공]

문제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래의 ‘몸값’으로 인해, 불법 포획을 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실제 지난 7월 포항에서 한 선장이 불법으로 밍크고래를 잡아 해체·운반한 혐의로 붙잡혔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운반한 것으로 조사된 밍크고래는 총 5마리. 시가로 무려 3억5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 일당 7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2022년 해양경찰연구센터 연구진 등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혼획 고래의 유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고래 포획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을 노려 선박까지 불법 개조하고 조직적으로 포획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경 수사관들이 포항 앞바다에 대기 중이던 어선에서 압수한 고래고기 89자루(1마리 분량)를 확인하고 있다.[포항해양경찰서 제공]
해경 수사관들이 포항 앞바다에 대기 중이던 어선에서 압수한 고래고기 89자루(1마리 분량)를 확인하고 있다.[포항해양경찰서 제공]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밍크고래는 매년 50~70마리가량 꾸준히 혼획됐다. 특히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유통이 금지된 상괭이나 참돌고래 혼획 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밍크고래만 일정한 수준으로 혼획 개체 수가 유지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높은 가격이 붙는 밍크고래의 경우 의도적인 포획이 ‘혼획’으로 위장되거나,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가 시장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통되는 밍크고래의 양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혼획 규모보다 크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군산 앞바다 해상에서 어획 작업 중 사체 상태로 발견된 밍크고래. [군산해경 제공]
군산 앞바다 해상에서 어획 작업 중 사체 상태로 발견된 밍크고래. [군산해경 제공]

핫핑크돌핀스·시셰퍼드코리아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고래를 잡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나 매년 약 120마리의 고래고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며 “잡는 것은 불법이지만 ‘우연히’ 그물에 걸렸다고 주장하면 의도적인 포획조차 ‘혼획’으로 인정되어 고래를 고기로 팔 수 있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고래고기 출처를 확인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고시는 고래고기를 판매할 경우 매도 일시·장소, 판매량과 금액, 매입자 정보 등을 처리확인서에 기록하고 사본을 구매자에게 넘기도록 규정한다.

고래고기.[게티이미지뱅크]
고래고기.[게티이미지뱅크]

이후 고래고기를 다시 판매하는 매입자는 판매가 끝날 때까지 처리확인서 사본을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주문할 때까지 이 정보가 자동으로 공개되는 구조는 아니다.

네이버 쇼핑몰의 경우 자체 규정에 따라 판매 페이지에서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여타 쇼핑몰에서는 소비자가 처리확인서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처리확인서가 공개되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해당 서류에 적힌 개체와 실제 배송받는 고기가 같은 개체에서 나온 것인지 직접 대조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없다.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강원 고성군 대진항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쉽게 말해,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 단계에서 자신이 사는 고래고기가 합법적으로 유통된 개체인지 스스로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래고기 수요가 불법 포획의 경제적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고래 사체 유통은 당장 없어져야 할 잘못된 관행이며, 더욱이 온라인 판매는 전국 각지로 고래 사체를 택배 배달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온라인 상점이 고래 사체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멸종위기종 고래들은 여전히 식품으로 소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사이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번갈아 주둥이에 얹고 이동하는 모습. [다큐제주·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제공]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 사이 해상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 두 마리를 번갈아 주둥이에 얹고 이동하는 모습. [다큐제주·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제공]

해외 선진국에서는 혼획된 고래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따라 1972년 이후 확보된 고래·돌고래 등 해양포유류의 신체와 조직을 일반적으로 사고팔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편, 고래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개체 수에만 있지 않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고래는 수천km를 이동하면서 바다 곳곳으로 영양분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생태계의 필수 구성원 중 하나인 셈.

고래는 먹고 배설하는 과정에서도 질소·철·인 등 영양분을 수면 가까이 공급한다. 이 같은 영양염은 식물플랑크톤 등 해양생태계의 생산성을 뒷받침한다. 고래 한 마리의 가치를 단순히 수천만원짜리 ‘고기’로만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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