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 신간
‘도덕’ 개념 들어간 시장거래 논쟁 다뤄
성매매·대리모·마약·장기 거래 등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시장의 기능은 사회 구성원에게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규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시장 설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 거래나 성매매, 마약, 존엄사 등과 관련한 일부 거래들은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부 국가는 이런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한다.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장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앨빈 로스는 신간 ‘금지된 거래의 경제학’에서 ‘도덕’의 개념이 들어간 시장 거래를 다양한 논점으로 다룬다. 보통 인간의 생명이나 존엄성, 신념과 관련된 거래들은 찬성과 반대의 양측 주장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차원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같은 거래를 ‘혐오스러운 거래’라고 명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혐오스러운 거래는 거래에 관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거래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거래가 당사자 외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피해를 미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혐오 거래의 대표적인 예로 성매매와 대리모, 술과 마약, 고금리 신용대출과 비상시 상품 가격 인상, 혈장과 신장 기증, 의료 조력 사망 등을 꼽는다.
저자는 대체로 혐오 거래가 많은 국가에서 금지 혹은 규제되고 있지만, 그것만이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거래는 금지하면 암시장이나 회색지대 등과 같은, 그 조치를 무력화하는 사회적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1920~1933년 미국에선 술의 소비 및 거래를 금지하는 ‘금주법’이 시행됐지만, 술을 아예 없애진 못했다. 오히려 범죄조직이 암시장을 만들어 일반 사람들도 술을 마시기 위해 그들과 결탁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저자는 이러한 시장을 합법적으로 개방하고 적절히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데이터와 경험칙을 중시하는 저자가 든 예는 바로 혈장 시장과 대리모 시장을 합법적으로 개방한 미국이다. 미국이 정부의 철저한 규제 하에 혈장 기증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자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미국인이 기증한 혈장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늘었다. 대리모 시장에서도 태어날 수 없었던 많은 아이가 미국에서 생명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만 다른 인체 유래 물질 거래에 대해서도 일부 시장의 선례를 근거로 필요성을 주장하기엔 섣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신장 기증에 금전적인 보상 조치를 한다고 해서 혈장이나 대리모 시장처럼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으로 시장이 운영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에서 도덕은 단순히 이론적인 것만이 아니라 경험적”이기도 하기에 관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선 관련된 증거를 실험을 통해 수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미 내려진 금지 조치라고 해도 거래가 줄지 않았거나 관련 범죄가 많이 일어난다면 조치를 재검토하는 것이 맞다.
저자는 “도덕적으로 굳이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와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한층 더 생산적인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들이 존재한다”며 “우리가 바라거나 혐오하는 것과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것 사이의 비용을 따져가면서, 그 둘 사이의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지된 거래의 경제학/앨빈 로스 지음·이경식 옮김·최정규 감수/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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