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수도권 지산 공실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서울 공실률 10.7%, 3년 내 준공 40.7% 달해

현장선 “경매·급매 많아, LH가 제발 다 사줬으면…”

전문가들 “난방·배관·주차장 등 설계 변경 걸림돌”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윤승현 기자
14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윤승현 기자

[헤럴드경제=윤승현·신혜원 기자] 정부가 날로 심화되는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지식산업센터(지산) 일부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신혼부부·청년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용도 전환을 통해 지산의 높은 공실률을 해소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반응도 우호적이다. 소유주와 임대차 수요자 모두 이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차장·배관 등 인프라 개조 비용 부담과 지자체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기엔 제도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가 최근 수도권 지산 공실을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뒤, 대상 범위와 실효성 등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제도 개선 방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 공실 지산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 ▷일반공업지역 내 공실·미분양 지산 오피스텔 전환 한시 허용 ▷주차장 추가 확보 의무 면제·용도 전환으로 인한 취득세 환수 시 징수유예 ▷입주 업종 규제 네거티브 방식 전면 전환 등이 담겼다.

다 지었는데 ‘텅텅’…서울도 ‘준공 3년 내’ 지산 공실률 41% 달해

정부가 비주거용 건물인 지산을 주거용으로 활용하려는 속내에는 공실 해소, 단기간 공급 속도 제고를 꾀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당장 수도권 전월세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택지를 확보해 주택을 신축하는 것보다는 이미 완공됐으나 공실 상태인 지산을 활용하는 것이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주거용 임대차 시장은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마주하고 있다. 서울 전역·경기 15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 지정,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세 매물이 감소하며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9개로, 1년 전(2만3320개) 대비 약 12% 줄었다. 가파른 서울 전셋값 상승세에 경기도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도 같은 기간 2만1054건에서 1만2309건으로 41.6% 급감했다. 인천 또한 4135건에서 2699건으로 34.8% 축소됐다.

정부 또한 집값, 전월세 안정을 위해 지난 8·13대책을 통해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 임기 내 수도권에 ‘147만호+α’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 후보지로 내세운 곳곳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공급 구조상 실제 착공·준공까지 이뤄지기는 쉽지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8·13 대책에 대해 “국내 주택공급은 수요자 자금을 활용하는 선분양 구조가 대부분”이라며 “실효성 있는 수요 진작책이 없으면 사업자의 개발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에 들어서있는 지산을 잘 활용하면, 미분양 적체로 자금이 묶인 지산 시행사·수분양자들의 자금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IT, 미디어 등 다양한 업종 사업장이 한 건물에 집적된 복합업무공간인 지산은 주택에 비해 규제가 덜하고 임대료가 저렴해 한때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지만, 경기 악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며 수요가 위축됐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지산 평균 공실률은 16.6%(산업부 집계), 미분양률은 9%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공실률은 10.7%로 비교적 양호했지만, 최근 3년간 준공된 센터로 좁히면 40.7%까지 급증했다.

공실률 증가에 따라 매매시장도 얼어붙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지산 매매 거래량은 125건으로, 1분기(206건)보다 39.3% 감소했다. 거래금액 역시 같은 기간 1370억원에서 743억원으로 45.8% 줄었다.

“LH가 다 사줬으면”…공실·급매 쌓인 지산, 현장선 ‘반색’

현장에서는 지산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경우, 단기간에 주택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오후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지산 소유주와 이곳 임대차 수요가 높은 직장인 모두 반길 만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도보 10분 거리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윤승현 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도보 10분 거리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윤승현 기자

가산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4년 전만 해도 3.3㎡(평)당 1700만원까지 갔는데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급매가 900만원대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LH가 매입한다고 하면 아마 신청자가 쏟아질 텐데, 제발 다 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대표는 이어 “그나마 서울은 공실률이 낮은 편임에도 실입주용, 임대용으로 지산 여러 호실을 분양받았다가 공실로 괴로워하는 소유주들이 꽤 있다”며 “요즘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사업도 잘 안되는 시기라 (정부 정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급매와 경매로 나온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약 10분 떨어진 지산 내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체 호실 중 공실은 10~20% 정도이고, 진행 중이거나 낙찰된 것을 합치면 경매 물건도 1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거래가 거의 안 되고 돈 있는 업체들만 ‘저점 매수’에 나서 대형 면적 위주로 드물게 거래된다”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가 있는 해당 건물은 접근성과 임차 선호도가 가장 높은 1층에서도 공실이 3곳 있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경매로 받은 소유주들은 기존 급매보다 약 100만원씩 싸게 내놓기도 한다”며 “LH가 매입할 때 합의가 상당히 쉬울 것”이라고 했다.

가산 일대에 직장인이 머물 주거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도 현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루에 6~7명씩 기숙사를 찾는 손님이 꾸준히 오는데, 보여 줄 물건이 없어 그냥 보낼 때가 많다”며 “주변이 사무실이라는 점을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고 말했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또한 “이 동네는 주거 공간이 매우 부족해 직장인들이 신도림 등으로 빠지는 상황이라 직주근접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지산 상당수가 지하철역과 가깝다는 점도 수요 확대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지산 381곳의 최인접 지하철역까지 직선거리를 분석한 결과, 234곳(61.4%)이 역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했다. 500m 초과~1㎞ 이하는 139곳이었고, 1㎞를 넘는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가산디지털단지가 있는 금천구가 133곳으로 가장 많았다. 성동구(72곳), 구로구(60곳), 영등포구(48곳), 강서구(27곳) 등이 뒤를 이었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모습. 윤승현 기자
금천구 가산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모습. 윤승현 기자

다만 현장에서는 실제 적용 범위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가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책 발표 후 뉴스를 확인한 소유주들로부터 ‘우리도 가능한 거냐’고 묻는 연락이 꽤 왔다”면서도 “가산과 구로는 국가산업단지라 입주 신고도 까다로운 곳인데, 사실상 현실성 있는 건 경기도 센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규제만 푼다고 집되나’…난방·배관·주차장 확보 등 ‘산 넘어 산’

전문가들은 업무용으로 설계된 건물을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용도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공실이 곧바로 주택으로 전환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서광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난방과 욕실이 필요한 만큼 공사 기간이나 수익성도 따져봐야 한다”며 “기존 입주 업체와 주민 간 갈등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산 현장을 담당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거시설과 비주거시설은 난방 배관, 수도, 전기 등 마감이 크게 달라 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하다”며 “공사 기간은 1년 내로 가능하지만, 기존 사무실에서는 소음, 분진 등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 또한 “지산 가격이 워낙 떨어져 정부 매입으로 활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대출 부담을 안고 있는 민간 소유자가 추가 비용을 들여 전환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단순 리모델링만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오피스텔보다 면적이 크다 보니 벽을 새롭게 세우고 욕실도 마련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하중 설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지구단위 계획도 고려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지역마다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지자체 지구단위계획은 간단하게 사인 한 번으로 끝낼 사항이 아니다”며 “공실을 활용할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지산으로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고 하기 시작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직 세부 기준 마련 전 단계인 데다 실제 개조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산은 아파트처럼 가구당 주차 대수가 적용되지 않는다. 통상 업무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150㎡당 1대가 기본 기준인데, 주거시설로 전환할 경우 공동주택 기준을 충족하긴 어렵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엘리베이터 대수부터 주차장 규정, 평형 등 사람이 사는 건물에는 꽤 많은 규율이 존재하는데, 어떤 특례로 어디까지 완화해주느냐에 따라 공사비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미분양 어려움을 겪어 온 지산 업체들로부터 용도전환 요구가 많았고, 주택 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정부와 여당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 구체성이 있는 정책이라기보단 방향성 정도로 보인다”며 “하위 법령을 결정할 국토부에서도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지선 “토허구역 연장, 시장 상황 보고 결정…20년 전세살이는 자의 아닌 타의”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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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신혜원 기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올해 말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75525